유학산 사연 유학산 사연 다부동을 지나 유학산 839고지에 올랐다. 아홉 차례나 주인이 바뀌었던 산이다. 달려드는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또 당겼던 능선에는 지금도 피비린내가 난다. 잊혔던 그날의 포성이 들려온다.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자원입대한 학도병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조국을 .. 나의 수필세계 2014.03.11
단계(丹溪) ‘그대를 예조참판에 제수하노라.’ 계유정난으로 임금의 자리를 빼앗은 세조의 거듭되는 부름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였지만, 받은 녹은 한 톨도 먹지 않고 쌓아두었다. 불사이군이 충신의 길이라는 신념으로 단종을 복위하고자 했건만 뜻이 하늘에 닿지를 않았다. 의금부 마당 국문장에.. 나의 수필세계 2014.02.25
마음 나누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몇 개월만 있으면 40년 가까이 몸담았던 직장에서 퇴직을 앞두고 있다. 삶의 전환점에서 싫건 좋건 간에 정리해야 한다. 말이 정리이지 사실은 버릴 것을 골라내는 일이다. 고향 인근의 주택에서 도회지의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많이 버리고 왔지만 그 사이 살림살.. 나의 수필세계 2014.01.22
976고지를 정복하라 ‘976고지’를 정복하라. 이것은 2014 갑오년 벽두 선주문학회에 떨어진 작전명령이었다. 최종 목표지점은 금오산 현월봉이다. 전문산악인 ‘H수필가’의 대장 옹립을 시작으로 원정대가 꾸려졌다. 대장은 즉각 원정대원 조직에 착수하였다. 모든 작전지시는 다음카페 ‘seonju1984’을 통하.. 나의 수필세계 2014.01.08
어떤 음악제 음악제는 동네에서 가장 큰 홀에서 열렸다. 시간이 임박하자 몰려든 입장객들로 붐빈다. 주변을 살펴보니 엄마, 아빠는 기본이고, 이모에 고모까지 동원된 듯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보이는 분들도 많았다. 무대에 서는 손자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 우리 뿐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 나의 수필세계 2013.11.27
텃밭에서 김치가 태어나다 김장을 하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뜬금없이 학교에서 무슨 김장이냐며 의아해 했다. 텃밭에 자라고 있는 배추가 있지 않느냐는 말에 금방 수긍이 갔다. 그 배추로 교직원들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김장이 추진되었다. 우리 교직원들은 지난 가을 고구마캐기 영농체험을 하였다. 호미로 땅을.. 나의 수필세계 2013.11.26
낙서가 웃고 있다 나는 낙서를 즐겨 하고 있다. 낙서 장소는 거실 가장자리의 기둥 옆이다. 그 곳에 하는 나의 낙서가 보기에 조금 흉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기꺼이 감수한다. 가족들도 내가 하는 이 낙서를 별로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취미로 살려나갈 생각이다. 외손자 녀석이 무척 빨리 .. 나의 수필세계 2013.10.29
이 순간의 행복 이 순간의 행복 혼자 있는 시간이 좋을 때도 있다. 가을 오후 한 때 눈을 감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본다.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지 기다린다. 작은 소리라도 놓치지 않고 듣고 싶다. 소리와 소리에 스며있는 의미를 읽고 싶다. 기차 소리가 들린다.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기차소리는 언제나 .. 나의 수필세계 2013.10.10
범퍼카의 꿈 회전목마는 밋밋했다. 더 짜릿하거나 정신이 번쩍 드는 게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범퍼카를 향했다. 내 앞에 늘어선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공포와 함께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포기하고 돌아서기에는 이미 늦었다. 어쩌면 전신에 묵직하게 부딪쳐오는 충격을 즐기고 싶은.. 나의 수필세계 2013.04.25
봄의 색깔 봄의 색깔 봄은 노란색으로 시작된다. 산수유, 생강꽃은 겨울이 끝나기도 전에 살금살금 다가와 손을 내민다. 제주도 산방산 아래의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던 유채꽃을 바라보며 감동했던 기억이 새롭다. 시골 집 돌담 사이에 지천으로 피어 있던 개나리꽃이며, 개나리꽃 그늘에서 땅을 .. 나의 수필세계 2013.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