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강」 그 후 수필가 견일영은 작품 「감천강」에서 ‘할아버지 앞에서 나를 한 번도 안아주지 못했던 어머니의 한이 하얀 모래 위에 아지랑이로 피어오르는 것만 같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관습의 틀은 이산으로 살던 모자의 해후에도 말로 다 못할 안타까움을 남겼다. 오래 헤어져 있던 자식을 덥석 안을 수 없.. 나의 수필세계 2009.07.18
오월 오월 야영수련을 하는 학생들과 함께 산에 올라갔다. 산에는 찔레꽃이며 아카시아꽃이 만발해 있었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결을 타고 날아온 꽃향기가 가슴을 채워준다. 자연의 향기를 마신 얼굴로 초목들을 바라보니 모두가 꽃이 되어 손을 흔들어 반겨준다. 꽃처럼 아름답다. 오월의 산을 바라보.. 나의 수필세계 2009.06.09
내 전부였던 당신 오월도 막바지를 지나고 있습니다. 기다리던 단비가 내려 산천이 한층 싱그러워진 저녁 무렵, 불현듯 고향생각이 나서 차를 내몰았습니다. 마을 앞에 내려서자 무논의 개구리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듯 일제히 울음을 시작합니다. 짐작컨대 자주 찾지 않은 데 대한 원망이 아니라, 반가워서 내지르는 환.. 나의 수필세계 2009.05.26
아버지 회상 아버지는 예순 아홉에 돌아가셨다. 그때 나는 아직 스무살 언덕 아래에 머물러 있던 소년이었다. 객지의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이따금씩 찾아간 고향이었기에 사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래야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 졸업 때까지가 전부이다. 아버지의 외모는 이랬다. 코밑과 턱에는 검은 수염이.. 나의 수필세계 2009.05.08
돌잡이에게 배운다 외손자 주형이의 돌잔치. 이 날 초대받은 손님으로는 친가쪽 조부모와 외가쪽 조부모, 그리고 이솔이네 가족이 전부였다. 낯이 익은 사돈어른들이야 당연하다 치지만 이솔이와 이솔이 아빠가 유달리 눈에 띄었다. 이솔이는 주형이 보다 백일이나 늦게 태어난 아이로, 엄마끼리는 친구지만 아빠는 키.. 나의 수필세계 2009.04.20
백련차 한잔(배계용 시) 백련차 한 잔 배 계 용 한해의 끝자락에서 다담상을 둘러앉아 다가올 새해를 이야기하며 차를 마신다. 주인은 냉동실의 문을 열고 연대궁이 비져 나온 봉지 하나 낸다. 은박을 걷어내고 굳어서 튿어지는 연잎을 벗기고 비닐 봉지의 맺힌 매듭을 풀자 나타난 하얗게 언 얼굴 묵은해를 보내는 흰 연꽃 한.. 나의 수필세계 2009.02.03
동질성의 편안함 일찍이 맹자는 군자에게 3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했지만, 서민들도 나름대로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생업에 최선을 다하면서 얻는 즐거움이 있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고, 먹고 마시고, 노래하면서 얻는 즐거움이 있다. 일하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이 다 좋지만 그 중에서도 .. 나의 수필세계 2009.01.21
추위에 대한 추억 오늘로 사흘 째 인가? 올 들어 가장 춥다는 추위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다. 찬바람이 파고드는 옷깃을 여미며 추위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 본다. 변변히 입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했던 그 시절의 가난이며, 몹쓸 추위가 아련한 추억이 되다니-. 그 때의 추위를 기억하는가?. 여러 형제가 솜이불 한 채를 .. 나의 수필세계 2009.01.15
문패여, 안녕! 이사를 오면서 문패를 떼어버렸다. 떼어버린 것이 아니라 필요가 없어져서 달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내 이름 석자가 적혀진 것이라 내다 버리기도 뭐하여 그냥 가져오긴 하였지만 막상 와서 보니 달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오늘 우연히 서재 한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쳐박혀 .. 나의 수필세계 2008.10.17
선산초등학교 개교100주년 기념 축시 백 년의 강, 천 년의 꿈 조 명 래 (50회 졸업생, 경상북도교육청 장학관, 수필가) 일찌기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밝힌 인재가 구름같이 태어난다는 바로 이 곳 비봉산 마을. 자랑스러운 조상 하위지 선생의 넋이 서린 단계천이 가로지르는 땅. 질펀한 들판 멀리 눈을 던지면 감천 건너 영봉 금오산이 한눈.. 나의 수필세계 2008.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