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좀 보세요 사월 초 쯤인가 경남 의령에 갔다가 오는 길이었습니다. 마침 꽃 생각이 나서 들렀던 곳이 화원에 있는 남평문씨세거지였습니다. 시절에 맞춰서 간 덕분에 봄꽃들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그날은 눈이 아주 호강을 했지요. 담장 너머로 매화가 반가운 인사를 하고 연못가에는 수양버들이 손짓을 했습니다. 나들이 나온 사람들도 발길을 멈추고 봄을 줄기고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지친 심신에 모처럼 활력이 느껴졌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1.04.28
산동초 입춘절기를 지나면 머뭇거리던 봄이 겨울 강을 건너온다. 나는 강가로 나가서 냉이와 달래가 따라왔는지 두리번거리며 살핀다. 하지만 내심 기다리는 것은 산동초다. 겨울내내 먹었던 김장김치에 입맛이 지쳐있는 시점에 무엇보다 산동추가 그리웠던 것이다. 내가 ‘산동초’라 부르는 이것은 유채를 비롯하여 삼동추, 월동초, 시나나빠 등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다. 산동초는 야생배추와 야생양배추의 자연교잡에 의해서 탄생된 것이다. 요즘은 여러 지역에서 넓은 들판을 온통 노랗게 물들여 놓고 봄의 축제를 벌이기도 한다. 며칠 전 친구네 밭에 갔더니 파란 이파리가 제법 통통하게 살이 올라있었다. 밑둥을 싹뚝 오려왔다. 밥상에 올라온 산동초 겉절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아삭거리는 소리를 내며 입안에 번지는.. 나의 수필세계 2021.03.22
나무가 좋다 나무는 봄은 봄처럼, 여름에는 여름처럼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잎으로, 줄기로 뿌리로 스스로를 지킨다. 때로는 자랑도 한다. 고마움도 알고 베풀 줄도 안다. 먼 발치에서 바라보기도 하지만 기대어 쉬기도 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다가가 기대면 살며시 안아주어서 좋다. 그런 나무가 좋다. 그림공부 2021.02.26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찬바람 부는 바깥 난간에 앉아 저물어오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음 속에 온갖 생각들이 스쳐가고 있습니다. 명절에도 변함이 없는 코로나에서 시작하여 어려움을 격고있는 소상공인들에 머물다가 객지에 살고 있는 세상의 자식들에게로 화제가 옮겨집니다.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오고 있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내일은 또 다른 해가 솟아오르겠지요? 우리 조금만 더 그렇게 늙어가면, 이름모를 요양원 어딘가에서 기약없는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겠지. 보통생각 2021.02.19
저 푸른 나무들처럼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오월쯤인가요. 대구에 살면서 가야할 곳, 갈 수 있는 장소가 없어 무작정 산으로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적막하기만 한 산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푸른 소나무들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무심을 배우고, 인내심을 키우고, 기약없는 기다림을 실천했었답니다. 그 후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고나서 다시 봄을 앞둔 오늘도 세상은 여전합니다. 지독한 불변이 원망스럽습니다. 언제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저 푸른 나무들처럼. 카테고리 없음 2021.02.02
겨울이 깊으면 겨울이 깊어갑니다. 유래없는 한파에, 폭설이 이 겨울을 실감나게 해줍니다. 코로나까지 입별이 아위워 쉽게 떠나지 않고 있어 마음이 더욱 썰렁합니다. 백설 언덕에 찬바람을 이기고 있는 나무가지에는 봄이 꿈틀거리고 있겠지요. 겨울이 깊으면 봄이 가깝다는 섭리를 새기며 집콕의 시간을 달래봅니다. 그림공부 2021.01.12
납매를 들이다 포항 기청산농원에 꽃무릇 7만 송이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던 그때 납매(臘梅)를 처음 보았다. 가느다란 줄기에 제법 큼지막한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납매라는 생소한 이름과는 달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보통의 나무여서 도무지 매화나무가 연상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음력 12월을 납월(臘月)이라는데 섣달에 피는 매화라 해서 얻게 된 이름이다. 납매는 1, 2월에 노란색 작은 꽃이 핀다. 나무꽃으로는 가장 먼저 피는 꽃이다. 꽃 이름에 매(梅)자가 들어있지만 실제로는 매화와는 전혀 다르다. 매화는 장미과에 속하고 납매는 녹나무과에 속한다. 꽃이 진 후 가을에 익은 붉은 열매는 발아시켜서 번식을 시키기도 하고 기름도 짜는가 하면 어린싹은 작설차로 먹기도 한다. 한겨울에 진한 향기를 내품는 꽃이 .. 나의 수필세계 2021.01.09
새해가 밝아오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지세웠던 참으로 지난했던 한 해도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새해 떠오르는 태양은 밝음이고 희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학교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손자녀석에게 힘내라는 카드를 보냈었는데 오늘은 자작나무 솦에서 뒤를 돌아볻고 있는 사슴을 그려보았습니다. 작은 소망 편지를 세상에 띄웁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어라. 모두 모두 화이팅! 그림공부 2020.12.26
그분은 새벽에 왔다 지난 추석무렵 내 여덟 번 째 수필집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제법 흘렀다. 2014년에 낸 "감자꽃" 이후의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소소담담에서 작은수필집 시리즈를 한다기애 마음을 내게 되었다. 내용이 그저 그런 것이어서 좀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도 표지그림과 중간 삽화를 내손으로 그린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책을 받은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새벽에 온 그분에 대하여 궁금했다고 한다. 또, 무엇보다 책이 두껍지 않아 부담이 없다는 말을 전해온다. 격려와 칭찬을 해주는 분들 모두 고맙다. 나의 수필세계 2020.12.13
소띠해를 생각하며 내년은 소띠해랍니다. 나도 소띠입니다. 그래서 한 해 농사를 마치고 흐뭇한 마음으로 빈 들판을 바라보고 있는 소가족을 그려 보았습니다. 지난 한 해, 여러가지로 힘도 들었지만 보람도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일년은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왔다가 스쳐갈까요? 단지 하루하루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할 뿐이겠지요. 그 다음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코로나가 사라지고 나면 '멀고 험한 길 이겨내었구나' 그냥 뒤를 돌아보며 소걸음처럼 천천히 살아갈 작정입니다. 그림공부 2020.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