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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갑자기 수국이 만발했던 제주도의 여름 풍경을 떠올랐다. 코로나 시국에 찌든 이맛살도 펼 겸 초겨울 제주 표정이 궁금해서 찾아갔다. 화려했던 수국은 지고 추억을 간직한 꽃대궁만 남아 바람에 쓸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수국의 빈자리를 만발한 동백이 화려하게 채우고 있었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좋았다. 이렇게 많은 동백꽃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행운이었다. 제주도에는 〈동백축제〉가 시작되어 있었다. 동백꽃은 붉거나 분홍이 흔하지만 흰색, 노란색 등 색깔도 여러 가지이고 애기동백, 쪽동백을 비롯하여 그 종류도 많았다. 발 아래에는 일찍 피었던 꽃잎이 수북하게 떨어져 있었다. 그냥 밟고 지나가기가 미안해서 이리저리 피해서 걸어가고 싶었다. 가지에 핀 꽃과 땅에 떨어져 있는 꽃 앞에 서서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

나의 수필세계 2022.01.04

동백꽃 좀 보세요

한 열흘 제주도 다녀왔습니다. 계절마다 간 경험이 있지만, 나이 탓인지 이번 겨울은 느낌이 아주 달랐습니다. 동백이 죽어라고 피어 있었습니다. 몇 그루 정도는 부산을 비롯한 남쪽지망에서 봤지만 동백꽃이 온 천지를 물들이고 있는 풍경은 처음이었습니다. 감동이었어요. 또 하나는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이었습니다. 서귀포 등 제주도 남쪽 도로 가로수는 물론이고 눈길가는 밭에는 어김없이 감귤이 노랗게 매달려 있었습니다. 이 역시도 감동이었습니다. 눈요기 원없이 하고 돌아왔습니다.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이 그림 두어장 남깁니다.

그림공부 2021.12.02

가을에 띄우는 편지

가을을 맞아 안부를 여쭙습니다. 여전하시리라는 믿음을 바닥에 깔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높고, 재난지원금을 나눠줘도 지내기는 여전히 팍팍합니다. 거리두기에, 마스크가 지겨워진지 오래입니다. 언제쯤 끝이 보일지 모르는 세월을 보내면서 싫든좋든 마음도 편안하고 여유있게 가져야겠습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힘든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하면서요. 페루 마추픽추에 잉카인들이 식량을 자급자족 하던 계단형 농지가 있습니다. 아래그림은 어느 해 와이키키해변에 보았던 일몰 풍경입니다. 집콕하면서 심심풀이로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그려보았습니다.

여행 2021.10.04

그날 코타카바나 해변에는

코로나 때문에 당장에 밖으로 나가지를 못하니 집안에 들어앉아서 과거에 다녀왔던 곳들을 회상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 시가지 어느 곳에서나 '예수상'이 보입니다. 트램을 타고 올라가서, 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사람들이 빽빽하게 있었습니다. 모두들 사진을 찍기에 정신이 없었고, 내려다보이는 시가지 풍경도 대단했습니다. 엉덩이가 그나라 여인의 미의 기준이라는 생각을 하며 갔던 코타카바나 해변에는 계절 탓인지 벌거숭이들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거리를 오가며 삼바춤을 연상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여행 2021.09.16

답답합니다

이 길의 끝은 어딜까? 끝이 있긴 있는 것인가? 미국의 서부 정말 끝없이 뻗어 있는 길을 달리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던 의문이다. 소나기가 지나간 대구의 하늘은 맑다. 세월은 여전히 코로나 터널 통과 중이다. 마스크를 쓰고 나가니 숨이 턱턱 막힌다. 세상이 그런걸 어째 하면서 참을려고 해도 치밀어오르는 짜증은 어쩔 수 없다. 대상이 있는 게 아니니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른 길을 한시간, 두시간 자동차로 내닫던 추억을 떠올리며 가슴을 진정시키는 노력을 한다.

카테고리 없음 2021.07.18

진홍불꽃

여러 해 전에 사이판에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오는 길 양편에 붉은 꽃이 핀 가로수가 대단했습니다. 나로서는 처음 보는 나무고, 꽃이었습니다. 원래 이름은 Flame Tree라 합니다. 최근에 생각이 나서 알아보니 호주오동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냥 불꽃나무라 해야겠지만 나는 진홍나무라 이름지어 주었어요. 사이판에는 세계2차대전 당시 일본군 사령부가 있었는데 전쟁 막바지 미군에 밀리고 밀린 일본군들은 항복을 거부하며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뛰어내리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은 손발을 묶어서 떠밀었답니다. 그 중에는 징병으로, 정신대로 끌려왔던 한국의 젊은 남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살절벽에서 내려다보니 포말을 만들며 일렁이는 파도가 대단했습니다. 번쩍하며 불꽃..

그림공부 2021.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