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수국이 만발했던 제주도의 여름 풍경을 떠올랐다. 코로나 시국에 찌든 이맛살도 펼 겸 초겨울 제주 표정이 궁금해서 찾아갔다. 화려했던 수국은 지고 추억을 간직한 꽃대궁만 남아 바람에 쓸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수국의 빈자리를 만발한 동백이 화려하게 채우고 있었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좋았다. 이렇게 많은 동백꽃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행운이었다. 제주도에는 〈동백축제〉가 시작되어 있었다. 동백꽃은 붉거나 분홍이 흔하지만 흰색, 노란색 등 색깔도 여러 가지이고 애기동백, 쪽동백을 비롯하여 그 종류도 많았다. 발 아래에는 일찍 피었던 꽃잎이 수북하게 떨어져 있었다. 그냥 밟고 지나가기가 미안해서 이리저리 피해서 걸어가고 싶었다. 가지에 핀 꽃과 땅에 떨어져 있는 꽃 앞에 서서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