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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상 시절

소년 시절 나는 아버지와 겸상을 했다. 그때는 결혼한 형님 내외를 비롯하여 한 집에 함께 사는 식구가 많았다. 어찌된 일인지 어머니도 그랬고, 갖 시집온 형수도 밥상을 차리면 꼭 그렇게 했다. 겸상이 때로 불편하기도 했지만 겉으로 드러내놓고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겸상하기 싫다 하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겸상을 하면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습관이 저절로 생겼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숟가락을 든 다음에 내가 들었고, 아버지가 수저를 놓기 전에 먼저 놓지도 않았다. 밥을 다 먹고 난 후에도 먼저 일어서지 않았다. 밥상에 고등어 한 토막이 올라왔을 때 먼저 젓가락을 가져가지 않았다. 밥상 앞에서 큰소리로 웃거나 떠들지도 않았다. 철부지의 눈치가 훗날 염치로 자리 잡은 듯했다...

카테고리 없음 2022.12.21

다음에는 어디로?

원주, 춘천을 거쳐 인제와 강릉까지 돌아오는 3박4일 강원도의 가을을 즐기고 온 때가 재작년이다. 친구들이 군생활 3년을 자랑하던 곳을 드디어 나도 간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남달랐다. 한 구비 돌면 맑은 물이고, 또 한 구비를 돌아나가면 바위산이 눈앞에 다가섰다. 만산을 물들이고 있는 단풍에 파묻혀 무한 힐링을 경험한 최고의 시간이었다. 지난주에는 무안, 목포, 영암을 거쳐 해남까지 내려갔다가 장흥, 벌교, 순천을 다녀왔다. 질펀하게 드러난 갯벌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작은 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풍경이었다. 눈호강 뿐 아니라 여기에 더하여 장흥 삼합에 바지락과 꼬막까지 양껏 즐기면서 오감이 행복했다. 강원도에서는 강원도의 멋에 빠졌었고, 전라도에서는 남도의 맛을 만끽했던 여행길이 동영상으로 저..

나의 수필세계 2022.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