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시절 나는 아버지와 겸상을 했다. 그때는 결혼한 형님 내외를 비롯하여 한 집에 함께 사는 식구가 많았다. 어찌된 일인지 어머니도 그랬고, 갖 시집온 형수도 밥상을 차리면 꼭 그렇게 했다. 겸상이 때로 불편하기도 했지만 겉으로 드러내놓고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겸상하기 싫다 하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겸상을 하면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습관이 저절로 생겼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숟가락을 든 다음에 내가 들었고, 아버지가 수저를 놓기 전에 먼저 놓지도 않았다. 밥을 다 먹고 난 후에도 먼저 일어서지 않았다. 밥상에 고등어 한 토막이 올라왔을 때 먼저 젓가락을 가져가지 않았다. 밥상 앞에서 큰소리로 웃거나 떠들지도 않았다. 철부지의 눈치가 훗날 염치로 자리 잡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