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 스승의 날에도 코로나 핑계를 대며 전화로 문안 인사를 떼운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었다. 코로나도 물러가고 있는 참에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었다. 점심 식사를 모시고 싶다고 했더니 한가코 사양하신다. 식사는 그만두고 집에서 차나 한잔 마시자는 말씀을 따랐다. 자녀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 가신 선생님 댁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참으로 반가웠다. 엎드려 큰절을 올린 후 마주 앉았다. 살이 많이 빠진 것이 한눈에 느껴졌다.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는 외에 별다른 운동도 하질 않으니 건강이 나아질 리 없는 노릇이다. 또 음성의 톤이 약간 높아진 것을 보니 청력도 못해진 듯했다. 가까이 앉아 얼굴을 쳐다보며 분명하게 말하고자 애를 썼다. 잠시 서글프다는 생각이 스쳤다. 노인의 곁을 스쳐가는 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