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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봉투

지난해에 이어 올 스승의 날에도 코로나 핑계를 대며 전화로 문안 인사를 떼운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었다. 코로나도 물러가고 있는 참에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었다. 점심 식사를 모시고 싶다고 했더니 한가코 사양하신다. 식사는 그만두고 집에서 차나 한잔 마시자는 말씀을 따랐다. 자녀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 가신 선생님 댁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참으로 반가웠다. 엎드려 큰절을 올린 후 마주 앉았다. 살이 많이 빠진 것이 한눈에 느껴졌다.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는 외에 별다른 운동도 하질 않으니 건강이 나아질 리 없는 노릇이다. 또 음성의 톤이 약간 높아진 것을 보니 청력도 못해진 듯했다. 가까이 앉아 얼굴을 쳐다보며 분명하게 말하고자 애를 썼다. 잠시 서글프다는 생각이 스쳤다. 노인의 곁을 스쳐가는 덧..

나의 수필세계 2022.08.01

풋 완두콩맛을 아세요

푸름이 짙어지는 오월이면 완두콩이 생각난다. 완두콩 푸른 들판이 눈에 어른거린다. 농사꾼 부모님과 함께했던 시절의 완두콩이 기억의 저편에 있다가 성큼 다가선다. 아버지는 덩굴 채 뽑은 완두콩을 지게에 지고와 마당에 내려놓는다. 어머니는 그 중에서 토실토실하게 여문 낱알들을 까서 함지박을 채우고, 덜 여문 것들은 따로 모아서로 부억으로 가져간다. 아궁이에 불이 지펴지면 구수한 내음이 집안에 가득하다.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완두콩 맛을 헤아리지 못하지만 그 중에도 풋것이 맛있다. 추억은 언제나 푸르고 싱싱하며 그 맛은 변하지 않는다. 완두콩 맛을 떠올리며 군침을 삼킨다. 배가 고픈 계절이라서 더 그랬을까. 아내는 시장에 완두콩이 나오면 한 자루씩 사온다. 올해도 칠성시장 골목 안에 있는 단골집을 찾았다. 주..

나의 수필세계 2022.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