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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던 시절이여!

귀신 잡는 해병이 된 친구 철이. 어느 날 갑자기 청룡부대원으로 선발되어 월남에 파병되었다. 손꼽아보니 53년 전의 일이다. 당시 학생이었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남국의 정글에서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친구에게 위문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책상에 엎드려 길고 긴 사연을 적어 빨간색과 파란색 테두리가 있는 항공 우편용 봉투에 접어 넣어 우체국으로 가고는 했다. 내용이라 해봤자 무지하게 덥다는 그곳에서 몸성히 지내다가 무사히 귀국하길 바란다는 상투적인 말에 주변의 분위기를 양념으로 버무린 것이 전부였다. 며칠 후 날아온 답장은 아직은 살아있다는 절박함이었다. 더러는 우정과 진심이 스며있는 긴 편지에 어깨가 잔뜩 올라갔다는 말을 앞세우고 헬기가 하늘을 찢는 소리를 내며 머리 위를 날아가는 풍경에 가까이서 ..

나의 수필세계 2023.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