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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태어나다, "여행을 수채"하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틈틈이 썼던 글들이 있다. 참으로 감동적인 때가 수도 없이 많았다. - 노르웨이 와달에서 눈덮힌 산을 넘어 도착한 게이랑에르 피요르드에서 만났던 봄풍경 - 캐나다 록키 눈 덮힌 산기슭을 배경으로 루이스호수와 아하바스카 빙하에서 마신 물맛 - 남미 아마존 4,600km를 가로지르는 이과수폭포 물소리 - 요세미티 하프 돔 아래 백색텐트를 뒤덮은 새벽별무리 - 캐나다 토론토, 몬트리올을 지나 퀘벡까지 한나절 내내 따라오던 단풍길 - 이집트의 젖줄 아스완댐 아래 누워있던 미완성 오벨리스크의 아픔 -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의 일몰과 함께했던 만타레이 스노클링 - 알래스카 크루즈 유로담호 선창에 비친 달빛과 멘델홀빙하 무너지는 소리 - 데스밸리로 향하는 길목 메스키테 샌드듄의 따가운 햇살, 그리고..

카테고리 없음 2022.02.01

취무성

자연에 취하고 멋과 맛에 취해 오래오래 깨고 싶지 않은 취무성(醉無醒), 밀양시 단장면에 있는 그 곳은 이름부터 특이했다. 단순히 호기심에 끌려 18년 전에 처음 갔었고, 그 후는 매력에 취해서 몇 번을 더 간 적이 있다. 이번은 그로부터 10년 만이다. 계절도 가을이 짙어가는 딱 이 무렵이었고, 계곡으로 들어가는 낭뜨러지 비포장 산길도 여전했다. 낙엽이 마당을 덮고 있는 빈집 돌담 사이에 서있는 늙은 감나무에는 그때처럼 잘 익은 감들이 매달려 있었다. 추억에 들뜬 기분을 달래며 도착하니 주인 내외가 반갑게 맞아준다. 오랜만에 만나 수인사를 나누면서 나의 눈길은 하룻밤 묵었던 처소를 뒤쫓았다. 그때는 정말 좋았다. 억새를 엮어 씌운 지붕 아래 황토벽이 그림 같았다. 장작으로 군불을 지핀 방에 날 고운 돗..

나의 수필세계 2022.01.24

커피가 불편해졌다

카페에 들어서면 눈치를 보거나 망설여진다. 전에는 그냥 ‘커피!’ ‘아메리카노!’ 하면 됐지만 요즘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주문이 복잡해서 그렇다. 겉으로 태연을 가장하고 재빨리 메뉴판을 살피면서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고 있음을 자각한다. 그래도 커피는 나의 오랜 친구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커피에 설탕과 프림의 달콤하고 고소한 조합만이 존재했던 그때 내 나이 20대였다. 다방에 몰려가 음악을 듣고, 권투나 레슬링의 중계방송도 보며 사회초년생 시절을 보냈었다. 커피하면 따스한 아메리카노가 전부였던 때는 쉰 살을 넘고 있었다. 설탕과 프림이 있는 커피 믹스를 외면하고 블랙커피를 찾으며 진정한 커피맛을 느끼고자 하였다. 그렇게 또 20여 년을 살아오면서 인생의 쓴맛을 몸으로 익히는..

카테고리 없음 2022.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