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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불꽃

여러 해 전에 사이판에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오는 길 양편에 붉은 꽃이 핀 가로수가 대단했습니다. 나로서는 처음 보는 나무고, 꽃이었습니다. 원래 이름은 Flame Tree라 합니다. 최근에 생각이 나서 알아보니 호주오동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냥 불꽃나무라 해야겠지만 나는 진홍나무라 이름지어 주었어요. 사이판에는 세계2차대전 당시 일본군 사령부가 있었는데 전쟁 막바지 미군에 밀리고 밀린 일본군들은 항복을 거부하며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뛰어내리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은 손발을 묶어서 떠밀었답니다. 그 중에는 징병으로, 정신대로 끌려왔던 한국의 젊은 남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살절벽에서 내려다보니 포말을 만들며 일렁이는 파도가 대단했습니다. 번쩍하며 불꽃..

그림공부 2021.05.11

꽃 좀 보세요

사월 초 쯤인가 경남 의령에 갔다가 오는 길이었습니다. 마침 꽃 생각이 나서 들렀던 곳이 화원에 있는 남평문씨세거지였습니다. 시절에 맞춰서 간 덕분에 봄꽃들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그날은 눈이 아주 호강을 했지요. 담장 너머로 매화가 반가운 인사를 하고 연못가에는 수양버들이 손짓을 했습니다. 나들이 나온 사람들도 발길을 멈추고 봄을 줄기고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지친 심신에 모처럼 활력이 느껴졌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1.04.28

산동초

입춘절기를 지나면 머뭇거리던 봄이 겨울 강을 건너온다. 나는 강가로 나가서 냉이와 달래가 따라왔는지 두리번거리며 살핀다. 하지만 내심 기다리는 것은 산동초다. 겨울내내 먹었던 김장김치에 입맛이 지쳐있는 시점에 무엇보다 산동추가 그리웠던 것이다. 내가 ‘산동초’라 부르는 이것은 유채를 비롯하여 삼동추, 월동초, 시나나빠 등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다. 산동초는 야생배추와 야생양배추의 자연교잡에 의해서 탄생된 것이다. 요즘은 여러 지역에서 넓은 들판을 온통 노랗게 물들여 놓고 봄의 축제를 벌이기도 한다. 며칠 전 친구네 밭에 갔더니 파란 이파리가 제법 통통하게 살이 올라있었다. 밑둥을 싹뚝 오려왔다. 밥상에 올라온 산동초 겉절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아삭거리는 소리를 내며 입안에 번지는..

나의 수필세계 202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