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정성희) 발바닥 정 성 희 어찌 저리도 못생겼을까. 작다 못해 땅에 붙은 난쟁이 모습이다. 만물을 창조하신 신조차 고개를 가로젓는다. 신은 그에게 남몰래 어두운 곳에서 소금으로 절여진 밥을 평생토록 빚어내게 명하시며 무기징역이라는 천형을 선고하셨다. 창세기 몇째 날, 창공을 비상하는 새들에게는 씨 .. 초대.추천 문학작품 2010.12.06
車판매왕이 된 꼴찌 [2010.11.23, 조선일보, ESSAY] 車판매왕이 된 꼴찌 자동차 영업사원 면접 시험장에 들어선 나는 양복 입은 게 어딘지 어색했다. 청과물시장 직원부터 공사판 막일, 농협 가스배달 일용직, 주유원을 거친 나는 그동안 양복 입을 기회가 없었다. 면접관들은 내 경력을 읽으며 하나씩 묻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 초대.추천 문학작품 2010.11.23
후회 [2010.11.19, 조선일보] 후 회 이영춘 전 원주여고 교장 한 제자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어느새 5년째가 된다. 그가 남긴 시(詩)와 사진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울컥 가슴 한 끝이 내려앉는다. 그는 내가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할 때 나에게서 국어를 배웠던 학생이다. 시를 쓰겠다며 담임도 아닌 나를 .. 초대.추천 문학작품 2010.11.19
동서커피문학상 수상시 "달걀 껍데기" 달걀 껍데기 신상숙 어머니는 닭 사료 한포를 십리 밖에서 머리에 이고 오셨다 닭장에서 암탉이 울 때마다 따뜻한 달걀이 하나 둘 모였다 아버지 밥상에 달걀 찜 한 탕기 출근하는 아들에게 따끈따끈한 수란이 오르고 오일장 서는 날마다 항아리 속에 달걀은 짚 꾸러미에 묶여 노루목을 넘었다 부모님.. 초대.추천 문학작품 2010.11.18
아흔을 눈앞에 두고 보니 [2010.11.12, 조선일보] 아흔을 눈앞에 두고 보니 조옥현 前인천고 교사 "따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아침 식사 중에 허겁지겁 마루로 뛰어가 수화기를 들었다. 가냘픈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중앙 우체국인데요, 선생님 앞으로 국제소포가 왔는데, 주소 불명으로 보관 중이니 자세한 것을 알려면.. 초대.추천 문학작품 2010.11.12
舞 [제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 舞 정 성 희 화창한 봄날이다. 한 무리의 사물놀이패들이 소고와 장고를 두드리며 겨우내 잠든 대지를 깨우고 있다. 여기저기서 꽃불이 터지자, 봄물에 나들이 나온 구경꾼들이 주변으로 모여든다. 둥둥둥 북이 울리자 상쇠는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온몸으로 신명을 몰아.. 초대.추천 문학작품 2010.09.29
문간방 사람 문간방 사람 손광성 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언제나 불안하다. 문간방 저쪽은 바로 한길이기 때문이다. 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언제나 불면으로 괴로워한다. 밤에는 골목을 왕래하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일찍 잠들 수 없고, 아침에는 두부 장수의 요령 소리에 잠을 설친다. 그러다가 우유 배달부의 자.. 초대.추천 문학작품 2010.08.16
모래시계(견일영) 모래 시계 견 일 영 소동파가 젊었을 때, 한간(韓幹)의 목마도를 보고 시를 지어 “한간이 그린 그림은 진짜 말 같다.”고 했다. 만년에 다시 이 그림을 대하고는 “이제 보니 말보다 금빛 안장이 먼저 눈에 띄네. 말의 본성은 뛰는 것인데......” 가난할 때는 말이 바로 보였는데 벼슬이 높아지고 넉넉.. 초대.추천 문학작품 2010.06.25
견일영의 '모래시계'를 읽고 [독후감] 모래시계. 영화나 드라마로 우리 주변에 닿아 있는 모래시계가 아니라 인생의 모래시계임은 작품 내면에 숨겨진 코드을 이해한 후에야 알 수 있다. 진지하게 읽어 내려가야 비로소 가난했던 시절, 젊은 시절을 보낸 후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음을 소동파의 목소리를 빌려 『모래시계.. 초대.추천 문학작품 2010.06.25
나 늙으면 당신과 살고 싶소 [추천시] 나 늙으면 당신과 살고 싶소 황정순 나 늙으면 당신과 이렇게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 초대.추천 문학작품 2010.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