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장의 지폐(이재호) 석 장의 지폐 1964년, 그 해 겨울은 무척 빨랐다. 11월 말인데도 벌써 교정 구석진 곳에는 흰 눈이 쌓여 있었다. 청량리 S대학교 예과 건물은 겨울이 아니더라도 황량한 곳이다. 붉은 벽돌로 멋없게 지은 건물. 일제 시대 건물을 물려 받은 후 한 번도 수리한 적이 없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인민군이 주둔하.. 초대.추천 문학작품 2005.10.13
언치놓아 지즐타고(구활) 언치놓아 지즐타고 “재너머 성권농(成勸農) 집의 술닉닷 말 어제 듣고 누은 쇼 발로 박차 언치노하 지즐타고 아해야 네 권농 겨시냐 정좌수(鄭座首) 왓다 하여라“ 우리 옛 시조 중에서 첫 손가락에 꼽을 시 한수를 골라라 하면 나는 단연 송강 정철의 이 시조를 꼽는다. 요즘 말로 코드라고 해야 하나,.. 초대.추천 문학작품 2005.10.13
간밤에 자고 간 그놈 못 잊겠네(구활) 간밤에 자고 간 그놈 못 잊겠네 여름은 더우니까 아무 일도 되는 게 없다. 아니다. 어떤 일도 안 되는 게 없다. 날씨가 더우면 우선 짜증이 난다. 짜증은 궁리를 불러온다. 궁리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한다. 이 짜증나는 무더위 속 불가해한 긴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와 지혜가 필요.. 초대.추천 문학작품 2005.10.13
빨간 스웨터(이재호) 빨간 스웨터 중요한 약속까지 깨면서 국민학교 동기회에 참석하기로 작정한 것은 캐나다에 이민 가 살고 있는 동기생의 향수병 때문이었다. 이민 간 지 20년 가까운 이 친구로부터 국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봄부터였다. 국민학교 때 가장 가까웠던 친구가 자기 집에 키우던 강아지 한 .. 초대.추천 문학작품 2005.10.13
울고 있는 모래밭(구활) 울고 있는 모래밭 김신용의 시를 읽는다. 슬픈 영화는 눈물로 보아야 제 맛이라 하지만 그의 시는 눈물이 말라버린 맨눈으로 읽어야 한다. “어떤 사랑도 고귀하지 않은 것은 없고 하찮은 사랑도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다”는 통념을 깨는 것이 바로 김신용의 시다. 태초 이래 인류사를 통해 전해 내려.. 초대.추천 문학작품 200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