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마지막 설계

죽장 2013. 1. 29. 11:28

대낮에 꾸는 꿈은 달콤했다.

‘외나무 다리’를 건너자 ‘숨어 우는 바람소리’가 들려왔고,

연이어 ‘잠자는 공주’를 ‘시계 바늘’소리에 우리는 깨어났다.

한참동안 찻잔을 앞에 놓고 음악 감상 삼매경에 빠져들었었다.

그녀의 색소폰 독주에 취해 있던 시간은 달콤한 꿈이었다.

눈을 뜨면서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박수로 화답했다.

 

퇴직수당을 털어 지었다는 그 곳은 별천지 같았다.

3면이 통유리로 쌓인 공간은 바깥의 한파에도 아랑 곳 없이 따스했다.

늘어진 노송가지 사이로 고풍스러운 기와집이 있는 바깥풍경과

커피향과 감미로운 음악으로 채워진 공간이 너무 좋았다.

 

지인이 경영하고 있는 한 포항의 한 복지원에서 가진 모임.

퇴직과 동시에 시작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아마도 오래 전부터 고심하며 준비를 해왔을 것이다.

매년 상당액을 투입하고 있으며,

마지막엔 남은 재산도 몽땅 내놓겠다는 유서를 공증까지 해놓았다고 한다.

 

좌중의 화제 역시는 단연 현직에서 은퇴 후의 생활이었다.

다른 직업을 갖겠다는 그룹과 노후를 그냥 즐기겠다는 그룹으로 나눠진다.

그 대상이 나와 가족이냐, 이웃과 사회냐의 차이다.

직장에 매여 그동안 못다한 취미생활로 노후를 즐기는 것도 좋고,

이 시대의 트랜드인 자원봉사로 사회에 헌신하는 것도 좋다.

내가 가진 부를 내 자식이 아니라 사회에 돌려주는 일을

즐긴다면 그 자체로 행복이고 보람이 아니랴.

 

나와 가족을 위한 취미생활,

부와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살아가는 노년의 즐거움,

두 가지를 함께 적당히 가지고 싶은 욕심(?)의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인생 2모작시대에 내 인생 마지막 설계를 서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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