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우리는 할 말을 잃고 산다

죽장 2012. 11. 27. 16:01

 

우리는 할 말을 잃고 산다

 

  우리나라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가 발사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이 세 번 째 도전이다. 이번에야말로 우주강국을 향한 우리의 염원을 싣고 힘차게 날아오르기를 기대한다. 우주과학자들은 이렇게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하늘의 신비를 한 꺼풀씩 풀어가고 있다. 교육 현장에도 전문가들이 맡은 학생들의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풀려가는 우주의 신비와는 달리 아이들의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난제로 존재하고 있다.

 

  학생 A의 아버지가 상기된 표정으로 교무실을 들어왔다. 잘못을 저지른 자식의 일로 불려 온 것이다. 이것은 학생지도를 잘 못한 교사들의 책임이라며 고함을 지른다. 뒤이어 나타난 A를 엎드리게 해놓고 옆에 있는 걸레자루를 집어 엉덩이를 마구 내려치는 것이었다. 교사들의 만류로 진정이 되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다. 

  학생 B의 어머니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수인사를 마치고나자 대뜸 교사가 학생에게 말을 함부로 해서 되겠느냐고 항의하였다. 옆에서 묵묵히 듣고만 있던 담임교사가 입을 열어, B가 나를 보고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고 하였다. 얘기를 듣는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고, 그 어머니의 입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학생 C는 평소에도 눈에 띄는 행동을 일삼는 녀석이다. 이날도 수업시간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C에게 외투를 바르게 입으라고 지적을 했다. 녀석은 옷을 벗어 던지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내뱉으며 출입문을 발로 차고 나갔다. 선생님은 교단을 내려오지도 못하고 아이들 앞에서 고개만 떨구고 있다.

 

  이것은 나의 주변에 일상화되어 있는 현상의 일부분이다. 돌아보면 학생들의 거침없는 행동과 거친 말투에 교사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전문가라고 자처하면서 평생을 살아왔지만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제 오늘의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할 말을 잃고 있다. 어찌하여 나는 눈앞에 있는 중학생의 신비한 가슴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가. 오늘도 밀려오는 자괴감에 할 말을 잃었다.

  낙엽이 떨어져 쌓여있는 담 밑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보나마나 아이들 몇이 달콤한 끽연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저것이 나로호 엔진을 점화하는 연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나로호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착각인가, 현실인가?

[201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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