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동해바다 …… ’를 부르는 순간
이홍섭
그대가 이 뜨거운 여름
‘아! 동해바다 ……’를 부르는 순간
저 멀리서 푸른 파도는 설렘으로 두근거려요.
에메랄드빛, 청옥빛, 쪽빛이었다가
긴 긴 그리움을 안고
짙푸르다 못해 검푸른 동해바다
그대가 거친 호흡을 고르며
대관령을 넘거나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을 넘으실 때면
혹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7번 국도를 거슬러 오르실 때면
사랑하는 이의 심장을 닮은 해당화는
그 향기를 참 멀리까지도 보내고
바다소나무는 숨죽이며, 숨죽이며
그대의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여요.
그대가 한낮의 열기 속에
‘아! 동해바다 ……’를 외치는 순간
그대의 손 안에는 이미 하얀 모래알이 한 줌 들어있어요.
보고픈 이에게 전해줄 해맑은 그리움이
함께하고픈 이에게 전해줄 고운 사랑이
사랑하는 이에게 전해줄 뜨거운 숨결이 그 안에 있어요.
그대가 손을 펼치면
어느덧 그대는 동해바다 아름다운 해변에서
내 곁에 있는 이를 향한 넘치는 사랑으로
기우뚱, 휘어지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어요.
[2010.7.1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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