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물결따라 흔들리는 배

죽장 2005. 11. 2. 12:16
  얼마 전, 복장을 지도하는 선생님에게 머리를 한대 쥐어 박힌 학생이 휴대폰으로 폭력교사라며 경찰에 신고를 했고, 연락을 받은 학부모는 한발 더 나아가 진단서를 끊어 폭력교사를 고발하겠다며 펄펄 뛴 적이 있었다. 학부모들의 목소리와 학생들의 항변이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의 의지를 초월하고 있다. 수요자의 바람직한 의견을 존중하는 정도를 넘어서 학교가 눈치를 봐야하거나 교육이 원칙 없는 큰 목소리에 좌지우지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내 자식 잘 가르쳐 달라며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풍경은 아득한 옛일이다. 툭하면 촌지 받는 집단이라며 동네북처럼 얻어맞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학부모나 사회일반이 교사를 경시하고 있는 현실에 학생들이 선생님을 존경할 턱이 없다. 일찌감치 교사들은 자긍심으로 채워진 스승이 아니라 호구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월급쟁이로 내몰리고 있다.

  인터넷이 생활화되면서 각종 정보는 실시간으로 전파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게시판에 올릴 수 있다. 그것이 지나쳐서 순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사소한 문제도 인터넷에 올려 일을 크게 벌이면 해결이 수월하다는 풍조가 함께 확산되고 있다. 그것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라면 자유이지만, 개인적인 문제를 공론화하여 여론몰이를 하는 방법이나, 어느 일면만 부각되고 상대방의 반론은 들을 수가 없는 점은 그 역작용으로 지적될 수 있다.

  어찌되었거나 지금은 목소리 큰 사람을 돌아보는 시대이고, 내 주변의 누구보다도 내가 잘난 시대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주변에 대한 배려성이 없으며, 참을성이 부족한 것이 흠이 되지 않는 시대이다. 선생님들이 존경받는 학교가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의 교육적 소신이 위축되는 현실이다. 교육에 있어 모두가 전문가로 자처하면서 큰 목소리로 학교를 흔들어대니 교육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의 마음이 흔들려서야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흔들리는 물결에 배도 따라 흔들리고 있는 꼴이다.

'교육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미해져가는 생명산업  (0) 2006.06.09
소쩍새 울음  (0) 2005.11.30
동네북이 된 나  (0) 2005.11.22
주왕산 소식  (0) 2005.10.26
국화 앞에서  (0) 200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