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7학년에게 묻다

죽장 2022. 8. 11. 12:32

 

더운 여름 날, 운문사 '처진 소나무'를 찾았다

 

  그저께 손자 녀석이 방학을 맞아 왔을 때 나는 어김없이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열심히 공부하라는 은근한 압박이 이면에 깔린 질문이었다. 9만리나 남은 청춘에 높은 탑 하나 세우길 기대하는 것이 잘못일까?

 

  나의 장래 희망은 무엇이었는가? 어릴 때는 장래 희망이 대통령이나 이순신 장군과 같은 국가적 인물이었고 나이가 들면서 의사나 과학자, 교사와 같은 현실성이 고려된 것으로 바뀌었다. 가끔은 음악이나 미술 분야의 전문가는 어떨까 하다가도 운동장에서 멋진 활약을 하는 운동선수를 보면서는 저것도 좋은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잘 부르거나 춤을 멋지게 추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지금 돌아보니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 더러는 처음부터 불가능했고, 더러는 시도하다가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니 전문가가 되기는커녕 모두가 적당하게 즐기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결국 내 자리는 연주하거나 춤추고 노래하는 무대 위가 아니었다. 운동장을 뛰는 선수가 아니라 관중석이었다. 목표의 성취를 향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살아오지 않은 결과이다. 치열하게 노력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인생의 반환점을 한참 지나 골인지점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팔뚝에 힘이 빠진 데다가 시간도 부족하다. 불가능한 것을 계속해서 붙들고 사투를 벌이는 것이야말로 무모한 일임을 깨닫는다.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인 오늘, 남은 생애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미련을 버려야 할 계획은 무엇인지 새겨본다.

  내 나이 7학년 중간반. 고학년생인 나에게 장래 희망을 묻지 마라. 마지막 날까지 그냥 뚜벅뚜벅 걸어갈 작정이니까.

 

'나의 수필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신잡던 시절이여!  (0) 2023.01.21
다음에는 어디로?  (0) 2022.12.01
선생님의 봉투  (0) 2022.08.01
풋 완두콩맛을 아세요  (0) 2022.07.30
취무성  (0) 2022.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