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절기를 지나면 머뭇거리던 봄이 겨울 강을 건너온다. 나는 강가로 나가서 냉이와 달래가 따라왔는지 두리번거리며 살핀다. 하지만 내심 기다리는 것은 산동초다. 겨울내내 먹었던 김장김치에 입맛이 지쳐있는 시점에 무엇보다 산동추가 그리웠던 것이다.
내가 ‘산동초’라 부르는 이것은 유채를 비롯하여 삼동추, 월동초, 시나나빠 등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다. 산동초는 야생배추와 야생양배추의 자연교잡에 의해서 탄생된 것이다. 요즘은 여러 지역에서 넓은 들판을 온통 노랗게 물들여 놓고 봄의 축제를 벌이기도 한다.
며칠 전 친구네 밭에 갔더니 파란 이파리가 제법 통통하게 살이 올라있었다. 밑둥을 싹뚝 오려왔다. 밥상에 올라온 산동초 겉절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아삭거리는 소리를 내며 입안에 번지는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진짜 함께 먹던 사람이 죽어도 모를 지경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시작한 봄비가 제법 오고 있다. 밖에 나가서 비에 젖고 있는 나무들이나 볼까 하던 참이었는데 전화가 왔다. 빨리 오라는 산동초밭 주인 친구였다. 친구는 산동초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감자를 심고, 가장자리에는 완두콩을 심을 작정이란다. 로타리를 치려다 산동초에 꽂혀있는 내가 생각나서 손길을 멈추고 있다고 한다. 서둘러 갔더니 비에 젖은 산동초 이파리가 반갑게 손짓하고 있었다.
멋을 아는 농삿꾼 친구는 밭머리에 있는 몇 포기는 꽃대가 올라와서 꽃이 필 때까지 그냥 두겠다고 한다. 봄볕이 무르익은 어느 날 노란색으로 하늘거리는 꽃을 보는 심정은 또 얼마나 행복할까. 이래저래 산동초 겉절이 맛에 한껏 신이 나는 봄이다.
(202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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