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나는 외계인이다

죽장 2019. 1. 24. 15:02

  이까의 사막에서 활력으로 충전된 다음날 나스카 그림(Nazca Lines)을 보기 위해 나섰다. 삼각형 나선형 등 기하학적 문양 300여개, 새, 원숭이, 거미, 꽃 등 자연물 형상 70여를 포함하여 1,000여 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곳이다. 이 그림들은 1939년 항공기 조종사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고 한다.


                             

                                  [개모양]                                                      [거미모양]


  내가 탄 비행기는 리마 동쪽 320km거리의 나스카시 북쪽 고원분지의 자갈사막 평원을 향하여 날고 있다. 80여 년 전 발견 당시의 비행기를 탄 느낌을 상상해본다. 날개 하나의 너비가 100m가 넘는 새, 돌돌말린 꼬리가 인상적인 원숭이, 방사형의 가지를 가진 나무, 활주로 같이 길게 뻗은 꼬리를 가진 도마뱀의 모습을 그려본다. 

  잉카문명 발생 이전에 그려진 그림들이란다. 기원전부터 기원 후 600년 무렵까지 700년에 걸쳐 그려졌음에도 오늘까지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은 기후와 환경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은 연강수량이 10mm도 되지 않고 바람도 거의 없으며 지표면은 산화되어 진녹색과 흑갈색의 돌자갈로 덮여 있다. 이 돌자갈을 30cm 정도 걷어내면 밝은 색의 모래표면이 드러나는데 이렇게 표시한 선이 건조한 기후 때문에 침식되지 않고 보존되었다.


                                           [활주로 모양의 김꼬리르 가진 도마뱀 문양] 


  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마이라 라이헤(Maria Rciche)는 농사를 위해서는 계절의 변화를 읽어야 하는 천문학적 목적과 비와 다산을 기원하는 목적으로 그렸을 것으로 추측했다. 물이 부족한 지역이라 농사를 위해서 기우제를 지내거나 풍년을 기원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말에도 수긍이 간다.

    

                                      [원형으로 돌돌 말아 올린 꼬리를 가진 원숭이 문양]


  그러나 더 흥미로운 것은 외계인과의 교류를 위해 만들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고대 외계인들이 두 개의 활주로를 건설해놓고 떠났으며, 그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공중에서 알아볼 수 있도록 거대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그림들 부근에서 발견된 토기, 직물에 그려진 비행기 문양의 그림, 그리고 하늘을 나는 사람이 묘사된 그림이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나스카 사막풍경]


  눈 아래로는 사막풍경이 끝없이 펼쳐지고, 눈 위로는 구름 떼가 장관이다. 곧 그림들이 나타난다는 부조종사의 말을 듣고 창을 갖다 대었다. 조종사는 탑승객들을 위하여 좌우를 급선회하는 곡예운전을 하였다. 멀미증세로 머리가 아프고 속이 심하게 울렁거린다.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미도 있고, 원숭이도 있다. 비행기 활주로 같이 긴 꼬리를 가진 도마뱀도 보인다. 저 아래의 사람들이 비행기에 탄 나를 쳐다보며 “외계인들이 나타났다”고 소리치는 것 같다. 그렇지. 오래전 이 그림을 그렸던 사람들의 눈에는 2,000년 후에 하늘에 나타난 내가 외계인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