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12면의 돌을 짜맞추다니

죽장 2019. 1. 7. 10:49

  리마를 출발한 비행기는 해발 3,400m의 도시 쿠스코(Cuzco)를 향해 날았다. 스페인에 정복당하기 전까지 잉카의 수도였던 곳이다. 공항에서 기다린 가이드는 만나자마자 고산증세를 막을 수 있는 캡슐약을 하나씩 나누어 주고는 아르마스광장(Plaza De Armas)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2층 식당으로 안내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커다란 모자에 현란한 색깔의 전통의상을 걸친 잉카인 2명의 전통악기 연주가 시작된다. 낯익은 ‘엘콘드파사’와 ‘베사메무초’를 신명나게 해치운다. 잉카제국의 후손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함께 몇 푼의 지폐를 건네주었다.



  아르마스광장에는 쿠스코 대성당(Catedral del Cuzco)과 예수동행교회(Templo de la Compania de Jesus)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잉카제국 황실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지은 스페인 침략의 상징인 동시에, 잉카제국의 중심지였다는 이름에 걸맞은 풍경이다.
  광장 옆 로레토 골목으로 들어서면 바로 코리칸차 석벽이다. 면도날도 들어가지 않는 기술로 석벽이 만들어졌다. 12면의 모서리를 짜맞춘 곳에서는 한참동안이나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서로 다른 크기의 돌들 다듬어 틈새를 맞추었기 때문에 고도의 안정성을 갖는다. 몇 번의 지진이 일어났는데 잉카인들이 만들어놓은 이 주춧돌은 파괴되지 않았지만 그 위에 스페인 인들이 지은 건축물들만 무너졌다고 한다.



  약탈과 파괴의 수난을 겪은 자리에 세워진 산토 도밍고 성당은 잉카제국의 슬픈 역사를 웅변하고 있다. 잉카의 주신인 태양을 모시는 신전이었으며, 외부벽은 황금으로 씌워지고 내부에는 금으로 만든 유물이 가득했는데 스페인의 침략이후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쿠스코의 금박을 입힌 성벽과 보석이 달린 정원의 조각상들은 황금을 찾아 신대륙으로 온 유럽의 정복자들을 흥분시켰음은 물론이다.
  이곳은 국력이 약하면 식민지가 되기도 하고, 그들이 만들었던 찬란했던 문명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역사의 현장에서 빼어난 기술은 누구도 파괴하지 못하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였다. 잉카문명의 마지막 흔적이 있는 마추픽추에 가면 정교하게 돌을 다루는 기술을 또 한 번 실감하게 되리라. 해발 2,800m에 위치한 우르밤바 마을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