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 막내딸 아내의 속삭임 -
왕언니의 뜰 앞에서 그를 만났던 게
아마 사월이었지
자매가 친정 동네 어귀 언덕배기에 올랐던 날은
오래 앓던 큰언니를 묻고 내려오는 길이었네.
왕언니와 큰언니가 저승에서 반갑게 만났을 시각
서 너 평 금잔디 뜰에 자줏빛 솜털로 피어 있는 그것은
꽃이 아니라 꽃 갗은 나이에 떠난 왕언니였고.
동생들이 올 줄 귀신같이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해.
그날, 작은 언니는 돌아앉아 기어코 눈물을 찍어내었고
나는 눈 아래 마늘밭을 넘는 나비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오늘 왜 자줏빛 그것이 자꾸 어른거릴까.
벌써 오월이네.
이 꽃비 그치면 가봐야겠어.
할미꽃 피어있던 그 곳에-.
- 구미시 선산읍 죽장리 출생
- 예총기관지 〈예술세계〉로 등단
- 수필선집 〈그리운 풍경〉, 〈감자꽃〉 등 발간
- 경북문학상, 영호남수필문학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 영남수필문학회, 선주문학회 회원
- 구미교육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