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시 "할미꽃"

죽장 2016. 4. 15. 21:08

할미꽃

- 막내딸 아내의 속삭임 -

 

 

왕언니의 뜰 앞에서 그를 만났던 게

아마 사월이었지

 

자매가 친정 동네 어귀 언덕배기에 올랐던 날은

오래 앓던 큰언니를 묻고 내려오는 길이었네.

왕언니와 큰언니가 저승에서 반갑게 만났을 시각

서 너 평 금잔디 뜰에 자줏빛 솜털로 피어 있는 그것은

꽃이 아니라 꽃 갗은 나이에 떠난 왕언니였고.

동생들이 올 줄 귀신같이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해.

그날, 작은 언니는 돌아앉아 기어코 눈물을 찍어내었고

나는 눈 아래 마늘밭을 넘는 나비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오늘 왜 자줏빛 그것이 자꾸 어른거릴까.

 

벌써 오월이네.

이 꽃비 그치면 가봐야겠어.

할미꽃 피어있던 그 곳에-.

 

- 구미시 선산읍 죽장리 출생

- 예총기관지 〈예술세계〉로 등단

- 수필선집 〈그리운 풍경〉, 〈감자꽃〉 등 발간

- 경북문학상, 영호남수필문학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 영남수필문학회, 선주문학회 회원

- 구미교육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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