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카톡 왕따·귓속말 욕설… 점점 교묘해지는 학교폭력

죽장 2013. 5. 24. 15:46

[2013.5.24, 조선일보]

카톡 왕따·귓속말 욕설… 점점 교묘해지는 학교폭력

 

2011년 12월 대구의 한 중학생이 자살했다.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못해 학생은 유서를 쓰고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그 사건으로 ‘학교 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정부는 학교 폭력 대책들을 내놓았다. 피해 신고를 상설화하고, 학교 주변에 경찰력을 배치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교실과 학교 주변에는 여전히 학교 폭력이 진행 중이다. 오히려 더 은밀해지고, 광범위해지고 있다.

서울 강남에 사는 중학교 1학년생 A(14)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왕따'를 당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알은체를 해줬는데 이제는 아예 '그림자' 같은 아이가 됐다.


	23일 오후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백사장에 부산남중학교 학생들이‘폭력 없는 우리 학교 부산남중’이라는 글귀를 만들었다.
"폭력 없는 우리 학교" - 23일 오후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백사장에 부산남중학교 학생들이‘폭력 없는 우리 학교 부산남중’이라는 글귀를 만들었다. 부산남중 학생들은 이날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뉴시스
그중에서도 A양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건 '카카오톡(스마트폰 대화 프로그램·이하 카톡) 폭력'이다. A양 반 학생들은 학원 갔다 집에 오는 오후 8~9시가 되면 어김없이 단체 채팅을 한다. A양도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고 싶어 채팅에 참여한다. 여기서 학생들은 'A'라고 이름 부르진 않지만 누구나 A양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말로 놀린다.

"야~, 그 찌질이 오늘도 혼자 방과 후 들으러 가던데" "그×이 생긴 건 진짜 ×같은 게 헤드셋은 비싼 거 들고 다니고" 하는 식이다. 그러면 수십 명이 "ㅋㅋㅋ" 하고 웃거나 "맞아맞아" 하고 맞장구치는 문자를 올린다. A양은 가장 심한 말을 하는 B양에게 "한 번만 더 그러면 (117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B양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가 언제 네 욕 했느냐. 증거도 없으면서"라고 대꾸했다. A양 어머니는 "남들 보기에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할 만한 일도 없는 것 같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애는 밤마다 카톡 소리가 나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운다"고 말했다.

A양이 당한 '카톡 폭력'처럼 전보다 은밀해진 학교 폭력 때문에 눈물 흘리는 학생이 많다. 지난해 8월 '카톡 폭력'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여고생도 있었다.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센터 사무총장은 "학교 폭력에 대한 징계가 강화되면서 학교 폭력이 점점 교묘해지고 음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폭력 신고 전화 '117'에 신고된 내용을 유형별로 보면, '물리적 폭력'은 작년 1~4월에 비해 올 1~4월에 2.6배(3644건→9649건)로 늘어났는데, '모욕·명예훼손·왕따·협박' 등 정서적인 괴롭힘은 5배(2690건→1만3349건)로 늘어났다. 그 결과 전체 학교 폭력에서 '물리적 폭력'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정서적 괴롭힘(39.8%)의 비중이 폭력(28.8%)을 앞질렀다.


	욕설이 오가는 학생들의 카톡 대화.
욕설이 오가는 학생들의 카톡 대화.
◇둘만 있을 때 귓속말로 욕하기

서울 강북 지역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C군은 조용한 성격이다. 같은 학교 D군은 C군과 단둘이 있을 때만 귓속말로 "씨×놈" "개××"라고 욕한다. 어느 날 D군이 또 C군한테 온갖 욕을 40차례나 쏟아냈다. C군은 참다못해 D군에게 "이제 그만 좀 해. 개××야"라는 문자를 보냈다. D군은 C군이 자기한테 보낸 메시지를 카카오톡으로 친구 수십 명에게 보냈다. 순식간에 C군은 학교에서 왕따가 됐다.

C군 어머니는 "증거도 안 남기고 교묘하게 아이를 괴롭히면서 우리 아이가 한 번 욕한 것을 퍼뜨려 왕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때려놓고 "게임한 건데…"

학교 현장에서는 '놀이'를 가장한 폭력도 흔하게 일어난다. 예컨대 교실에서 하는 '베이스볼' 게임은 괴롭힐 아이 얼굴을 공 삼아 여러 학생이 타자가 되어 얼굴을 때리는 것이다. 피해 학생이 "하지 마라"고 저항하면 "게임인데, 피하면 되잖아" 하고 맞받아친다. 피해 학생을 때리는 척해 '쫄면(움츠리면)' 쫄았다고 때리는 '쫄게임'도 있다. 대놓고 욕을 하면 학교 폭력으로 신고당할 우려가 있으니 녹음되지 않게 소리 안 내고 입 모양으로만 욕하거나, 피해자 이름을 부르지 않고 '김모양' '이모양'이라고 부르며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있다고 교사들은 전한다.

생활 지도를 전담하는 송형호 면목고 교사는 "걸리면 '장난'이었다고 둘러대는 학생이 많아져 교사들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둘 다 즐거우면 장난이고 한쪽이 고통스러우면 학교 폭력'이라는 점을 교사·학생이 모두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 최근 주변에서 자행되고 있는 학생간 폭력, 교권침해 등 중학생들의 무차별행동에 절망하고 있다. 기사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