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판사 "敎師폭행 학부모, 먼저 무릎꿇고 빌고 와라"

죽장 2013. 6. 12. 14:27

[2013.6.12, 조선일보]

판사 "敎師폭행 학부모, 먼저 무릎꿇고 빌고 와라"

아들을 체벌했다는 이유로 학교로 찾아가 수업을 방해하고 담임교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에게 법원이 "먼저 학교를 찾아가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라"며 판결 선고를 연기했다.

창원지법 형사2단독 박정수 부장판사는 11일 이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45)씨에 대한 선고를 일주일 연기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씨의 부인 등 2명에 대한 선고도 같은 날로 미뤘다. 박 판사는 이날 선고를 앞두고 김씨 등에게 "처벌도 중요하지만 학교 측에 가서 용서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며 "피해를 본 교사에게 용서를 빌었느냐"고 물었다.

김씨 등이 "아니요"라고 답변하자, 박 판사는 "피해 교사에게 용서를 구할 의향이 있다면 선고를 연기하겠다"며 "판결문을 준비해 왔지만 동의하면 1주일이나 2주일 정도 시간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김씨 등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에 박 판사는 "폭행 당시 교사의 무릎을 꿇린 만큼 반드시 교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라. 그 뒤 선고하겠다"고 주문했다. 김씨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8일 열릴 예정이다.

김씨 등은 지난 3월 4일 낮 12시 10분쯤 담임교사(32)가 2학년인 자신의 아이를 체벌하고 학부모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창원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2시간여 동안 수업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교장실에서 담임교사 머리채를 잡고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 폭행하고 무릎을 꿇린 뒤 "무조건 잘못했다"는 사과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런 행패를 당한 담임교사는 폭행 후유증과 심리적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이 담임교사도 교육·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체벌했다는 이유로 불구속 입건했다.

권창환 창원지법 공보판사는 "사기·폭행 등 상대방의 피해가 있는 사건의 경우 대개 그 피해에 대한 배상과 합의 여부를 참작, 판결한다"며 "재판부의 선고 연기는 이런 통상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권 판사는 또 "피해 배상·합의는 금전적인 것도 있지만 피해자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감정적 위로를 전제하기 마련"이라며 "담임교사가 당한 정도의 사과를 해야 걸맞지 않으냐는 판단에 따라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권 판사는 "학교와 관련된 이 사건은 피해 복구 절차 안에 실추된 교권의 회복도 포함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씨 등은 이날 학교 측에 "13일쯤 사과하러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학교 측은 "사과를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