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6.26, 조선일보]
공포의 '언니 學暴'.. 앵벌이까지 강요
"나는 소년원 한 달이면 그만이지만, 앵벌이 시킨 거 신고하면 너희는 그 길로 죽는 거야…."
중학교 2학년 이모(14)양이 최근 경찰 조사를 앞두고 후배들을 위협하면서 한 말이다. 이양은 지난 4월 22일부터 약 열흘 동안 후배 조모(13)양을 서울 노원구, 인천시, 경기 의정부 등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수시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양은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과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근처 길거리에서 조모양을 비롯한 학교 후배들에게 낮에는 1000원, 밤에는 2000원씩 구걸하게 시켰다.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주먹을 휘둘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얘들이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해서 별생각 없이 (앵벌이를) 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양은 만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여서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
여학생이 학교 폭력을 휘두르는 '언니 학폭(學暴)'이 거칠어지고 있다. 돈을 빼앗는 '삥뜯기'는 기본이고 집단폭행, 앵벌이 지시, 문신을 보여주며 협박까지 다양하다. 지난 4월 고교 1학년 김모(16)양은 양쪽 팔과 어깨 등에 장미 문신을 가득 새긴 뒤 자신이 졸업한 서울 송파구 중학교에 찾아가 후배 10여명에게 한 번에 1만~2만원씩 금품을 빼앗고 화장품을 강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양은 이 학교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문신을 새긴 남자 친구를 데리고 피해 학생 집에 찾아가 "네가 경찰에 신고했냐. 밤길 조심해라"며 협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피해 학생들에게 보복할 우려가 있어 김양을 구속했다"고 말했다.
여학생 학교 폭력 가해자 수는 2009년 4961명에서 2010년 6209명, 2011년 1만2700명, 2012년 1학기 5305명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박경숙 학교폭력예방센터 상담실장은 "말다툼이나 왕따를 주로 시켰던 여학생들이 이제는 '삥뜯기', 집단폭행, 보복 폭행처럼 폭력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도 10여년 전부터 여학생의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한 연구가 나오는 등 여학생 폭력이 사회문제화하고 있다"며 "여성 폭력은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나 양심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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