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학교는 완전 乙이다

죽장 2013. 7. 12. 10:26

학교는 완전 乙이다

 

  오죽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표적인 그룹이 우리 중학생들이라 소문이 났을까. 처음 그 말을 들을 때는 한낱 우스개로 여겼지만 막상 직접 접하고 보니 가히 상상 이상이다. 이들을 볼 때마다 ‘여태까지 평생을 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지내왔는데’ 하는 자괴감이 든다.

  모두가 그렇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문제가 있는 5%, 혹은 2~3%에 해당하는 극히 일부 학생들의 행태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거나 오늘 작심한 김에 시작은 하지만 걱정도 된다. 누워서 침 뱉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가? 일부의 일탈행위를 과대 포장하여 고자질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래도 출근하여 힘 드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땅의 乙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주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동시에 언제나 강력한 이 땅의 甲, 수퍼甲들을 향한 약자의 하소연임을 미리 밝힌다.

 

○ 교사를 무시하며 갑행세를 한다.

  학생들은 교과내용과 상관없는 엉뚱한 질문으로 공공연히 수업진행을 방해한다.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간다거나 물을 먹어야 한다며 빈번하게 교실을 이탈하려는 학생들을 인정해줘야 한다. 그건 생리현상이니까.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리면 수업종료 여부와는 상관없이 자동으로 뛰어나간다. 아이들의 비정상적인 행동성향이 학급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아이들과 입씨름 하다보면 정상적인 수업은 물 건너간다.

  학생들은 여교사에게 성적인 농담이나 때로는 희롱을 너무나 쉽게 해댄다. 심지어 치마 밑으로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도 있었다. 젊은 여교사들은 ㅆ이나 ㅂ소리를 듣지 않고 퇴근하는 날이 행운이라고 말 할 정도이다. 그 욕설의 뜻을 아느냐고 다잡아 물으면 의미는 모르고 그냥 해봤다며 둘러대기 십상이다. 언제부터 교사들이 교실에서 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 규정을 지키지 않으며 갑행세를 한다.

  나쁜 행동을 지적받으면 무조건 잡아떼거나 변명한다. 방금 버린 꽁초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서도 절대로 인정하는 법이 없다. 현장사진을 찍어 증거로 들이대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엎드려 자는 학생을 깨우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옆 학생과의 잡담으로 수업을 방해받느니 차라리 자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 규칙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하면 체벌할 수 있느냐고 머리를 치켜든다. 더러는 폭력교사로 신고하겠다며 휴대폰을 꺼내기도 한다. 실제로 112에 폭력교사가 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학교로 달려온 적도 수차례 있었다.

  학생들은 줄을 서거나 어디로 이동하는 행동도 몹시 서툴다. 운동장에서 조회를 할 때나, 강당에서 단체 행동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단 몇 분을 그냥 있지 못한다. 청소를 잘 할 줄 모른다. 그러나 쓰레기 버리기는 너무 잘한다. 인사를 잘 할 줄 모른다. 말없이 고개라도 까딱하는 것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공손하거나 성의가 묻어나는 인사는 애시당초 그들의 사전에 없으니 기대하지도 않는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거친 행동으로 표현한다. 공용기물을 아껴 사용하기는커녕 출입문, 신발장, 사물함을 발로 걷어차 문짝이 달아나기 일수다.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교실 밖에서의 甲행세에 할 말을 잃는다.

 

○ 트집만 잡는 학부모와 지역민은 수퍼갑이다.

  자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학교에 불려오는 학부모들이 주로 그렇다. ‘우리 아이는 나쁘지 않고 착하다. 친구를 잘못 만난 탓에 우리 아이가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 학교에서 지도는 하지 않고 벌만 주려고 한다’고 불평한다.

  학교에서 자기가 저지른 행동을 집에 가서 사실대로 말하는 녀석은 바보다. 아이의 말만 듣고, 아이의 말만 믿는 학부모는 교사의 사소한 말꼬리를 잡거나 못마땅한 학교의 처사에 트집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교사는 아예 무시하고 관리자를 먼저 찾기도 한다. 생각이 다르면 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신고한다. 더러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리기도 한다.

  지역민들은 수십년 묵은 플라타너스 나무의 낙엽이나 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불평하며 베어주기를 희망한다. 예체능교육을 하는 방과후교육 시간이 시끄럽다며 항의한다. 여름에도 문을 닫아걸고 수업하길 바란다. 학부모와 지역민은 수퍼甲이고 학교는 완전 乙이다.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서 교과지도에 전념해야 하는 것이 교사들의 본업이다. 참다운 인성을 지닌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지도하는 것 역시 교사들의 또 다른 본업이다. 학생들과 진정으로 소통하면서 그들의 성장을 보는 것이 교사들의 즐거움이자 보람이다. 교실 안팎에서 甲행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시달리고 무시당하면서도 교사들은 오늘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 수퍼甲에게 동네북처럼 휘둘리면서 안으로만 곪아가는 현실이 어쩔 수 없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