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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취업후진학.... 똑소리 나는 우리들의 선택

죽장 2012. 12. 24. 11:12

[2012.12.24, 조선일보]

선취업후진학.... 똑소리 나는 우리들의 선택

취업률·연봉 등 구체적 수치 들어 부모님 설득
학교 프로그램만으로 취직·대입 준비 '대만족'

2013학년도 특성화고등학교(이하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이 지난달 마감됐다. 지역별 경쟁률은 △경기 1.22대 1 △전북 1.1대 1 △서울 1.08대 1 △대구 1.06대 1 △강원 1.06대 1 등. 대부분 모집정원을 웃돌며 전국적으로 고른 분포를 나타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관내 76개 특성화고(총 정원 1만6730명) 입학 예정자 내신 평균은 지난해 '상위 60%'에서 올해 '상위 56%'로 오른 상태. 우수 중학생의 지원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뜻이다.

내년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이하 '서울여상') 신입생이 되는 최애리(경기 부천 덕산중 3년)양의 중학 내신 백분율은 상위 0.368%. 중학교 시절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자타 공인 모범생'이다. 같은 해 이화미디어고등학교(이하 '이화미디어고') 신입생이 되는 민선영(서울 용곡중 3년)양 역시 중학 내신 백분율이 상위 0.556%에 이르는 최상위권 학생이다. 두 학생이 최근 맛있는공부의 주선으로 '선배 멘토'와 만났다. 최양의 멘토로는 맹채린(서울여상 3년)양이, 민양의 멘토로는 김세윤(이화미디어고 3년)양이 각각 나섰다.

◇"반대하는 부모님, '실적' 보여 드리며 설득했죠"

특성화고에 진학,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후배와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내어준 '선배 멘토'가 자리를 함께했다. (왼쪽부터)김세윤·민선영·최애리·맹채린양. /이경민 기자·백이현 인턴기자

올 초까지만 해도 최애리양과 민선영양은 각각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사교육 없이 학교 수업과 예·복습만으로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특수목적고 진학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좀처럼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만화를 좋아하는 민양은 애니메이션을 공부해보고 싶었다. 최양 역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는 국어·영어·수학이 아닌데…'란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좀 더 구체적인 꿈을 찾고 싶었던 두 사람은 각각 진로진학상담교사와의 면담을 거쳐 특성화고의 존재를 알게 됐다. 부모님도 직접 설득했다. "특성화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들 하는데 부모님 생각을 바꾸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입학 설명회장에서 졸업생 취업률과 진학률, 평균 연봉 등 구체적 수치를 들으신 후에야 긍정적으로 돌아서셨죠."(최애리)

맹채린양은 "내가 입학했을 때와 비교해봐도 특성화고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서울여상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대학 진학 희망자는 3개 반 규모였다. 하지만 현재 서울여상 내 대학 진학 희망반은 2학년이 2개, 1학년은 1개뿐이다. 대부분 '선(先)취업 후(後)진학'이다. 맹양은 "고졸자 채용이 늘고 앞서 취업한 선배들이 업무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연봉 등 처우가 개선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올 7월 산업은행 취업이 확정된 맹양의 초봉은 2600만원. 공기업 대졸 신입 사원 평균 초봉(2777만원, 2011년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 조사)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여상의 취업률(취업 희망자 중 취업자 비율)은 98%를 기록했다. 입시 성적도 우수한 편. 같은 해 대학 진학 희망자의 94.29%가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

◇"사교육 도움 없이 실기 실력 쌓을 수 있어"

미디어 분야에 관심이 많지만 아직 뚜렷한 희망 직업을 찾지 못한 민선영양은 "고교 3년간 진로·진학 준비를 어떻게 병행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연세대 생활디자인학과와 홍익대 디자인학부에 각각 합격한 김세윤양은 "학교 프로그램만으로도 전공 지식을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진학 준비도 할 수 있으므로 관심 분야부터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김양은 입시 미술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다. 학교 정규 수업과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 실기 실력을 키웠고 교과목 공부는 학교 수업과 자습, 인터넷 강의로 보충했다. 그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은 언어영역 1등급, 외국어영역 2등급, 직업탐구영역 1등급(3개 과목). (김양이 지원한 예체능계 전형에선 수리영역 점수가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화미디어고엔 광고캠프, 현직 광고 디자이너 특강, 각종 공모전, 비엔날레 참가 등 다양한 교내 프로그램이 늘 진행 중이어서 부담없이 참여하며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이화미디어고는 지난해 진학 희망자의 84%, 취업 희망자의 100%가 자신의 길을 찾는 데 성공했다. 광고 디자이너가 꿈인 김양은 "광고·미디어 분야는 경상계열에 비해 취업 규모가 크지 않아 여전히 대졸자 수요가 많은 편이지만 최근 들어 고졸자 취업도 꾸준히 늘어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내 경우, 고교 선생님과의 면담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어 목표 세우는 게 한결 수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