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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수학.과학, 지긋지긋한 수학.과학의 차이

죽장 2012. 12. 12. 11:12

[2012.12.12, 조선일보 사설]

재미있는 수학.과학, 지긋지긋한 수학.과학의 차이

 

지난해 세계 각국 초등학교 4학년생, 중학교 2학년생 6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연구(TIMSS)'에서 우리 초등 4학년생들은 50개국 중에서 수학 2위, 과학 1위를 차지했다. 중학 2학년생의 경우 수학은 42개국 중 1위, 과학은 26개국 중 3위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반면 초등 4학년생 가운데 수학 과목이 '자신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11%(국제 평균 34%)에 불과해 50개국 가운데 49위, '좋아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23%(국제 평균 48%)로 50위 꼴찌였다. 과학에 대한 자신감·흥미도 50개국 가운데 50·48위였다. 중학 2학년 역시 수학 과목의 자신감·흥미도는 42개국 가운데 38·41위, 과학 과목의 자신감·흥미도는 26개국 가운데 24·26위였다.

우리 청소년들의 수학·과학 실력이 뛰어나다는 조사 결과는 전에도 자주 나왔다. 2009년 34개국의 만 15세 학생 47만명을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한국은 수학 1위를 기록했다. 올 7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도 종합 1위를 했다.

아무리 초·중·고교 때 수학·과학 성적이 좋게 나온다 해도 학생들이 그 과목 공부를 지긋지긋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 학생들이 수학·과학 연구를 인생의 목표로 삼을 리 없다.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 메달을 일본인 3명, 중국인 1명을 포함해 전 세계 50명이 수상했지만 한국인 수상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수학이나 과학에선 호기심을 갖게 돼 열심히 하는 것과 넌덜머리가 나지만 안 할 수 없어 매달리는 것은 결과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

수학·과학 과목은 아이들에게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주고 수학·과학에 뛰어난 학생들이 나중에 국가 기술 발전을 선도해가는 인재로 크게 된다. 그러나 청소년의 장래 희망 조사에서 1981년엔 과학자가 1위였던 것이 2010년엔 19위에 그쳤다. 요즘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도 수학·과학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했을 것이다.

수학·과학 교사들은 자신들의 학창 시절처럼 수학과 과학을 지긋지긋한 과목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자기 수업을 동(動)영상으로 녹화해 들여다보면서 학생들이 어떻게 느낄지 반성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교육 당국도 기술·공학·인문학·예술 지식까지 접목된 수학·과학 교과서를 만들어 학생들의 흥미와 동기를 북돋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