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취업 문화 정착을 향한 중등직업교육정책
김환식
(교육과학기술부 직업교육지원과장)
다시 시작된 고졸 채용
90년대 후반의 경제위기와 함께 사라졌던 괜찮은 기업들의 고졸 채용이 2011년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각각 마이스터고 1학년 학생을 매년 100명 내외로 채용하겠다는 협약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체결한 2011년 초 만하더라도 특성화고로까지 취업 붐이 확산될 지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교과부가 국민은행, 농협과 특성화고 학생 채용협약을 체결하면서부터 분위기는 달라졌고, 급기야 여름에는 모든 금융권으로까지, 하반기에는 공공기관·대기업·중견기업으로까지 고졸 취업이 확산되었다.
2011년은 특성화고가 중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선취업-후진학이라는 사회문화가 형성되는 계기가 된 한 해였다. 2011년 12월 1일 기준 40%가 넘는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이 취업 일선에서 실습을 받고 있으며, 취업 희망자도 48%를 넘어서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직업탐구 영역 응시자도 2010년 44,000명 정도에서 2011년 33,000명 정도로 급감하였다. 괜찮은 기업으로 고졸 채용이 늘어나자,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특성화고 진학도 늘어가고 있다. 학부모들 역시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선택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다. 많은 학생·학부모들이 ‘졸업 후 곧 바로 진학’이라는 경로가 아닌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경로를 중요한 대안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고졸 취업 활성화 배경
고졸 취업이 다시 시작된 배경은 무엇인가? 정부의 각종 취업 지원 정책1)이 시의 적절하게 작동된 결과일 수 있으나, 더욱 중요한 요인은 노동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통계청이 2011년 12월 발표한 ‘2060년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만 15세부터 64세까지 연령층인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가장 왕성하게 생산 활동을 하는 핵심 생산가능인구(25~49세)는 이미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이는 곧 고령화에 따른 부양대란(扶養大亂)이나 경제 활력 저하 등을 예측케 한다. 여기에 정부의 “제2차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2012~2016)”에서 밝히고 있듯이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733만명)의 대량 퇴직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이들의 역할을 대신할 현장 기술·기능 인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한 상황2)이 노동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전반의 고학력화로 2006년 기준 노동시장 진입연령3)이 25세로서 OECD 평균 23세에 비해 2년이나 높으며, 청년실업률이 비교적 낮은 독일이 19세인 점에 비하면 무려 6년이나 높은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기업들이 고졸 학생에게도 취업의 기회를 주는 데 있다. 정부가 선취업-후진학 정책을 통해 노동시장에의 입직(入職)연령을 낮추면서 동시에 충분한 실습을 통해 실무역량을 갖춘 기능·기술 인력을 양성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노동시장에서 선순환의 흐름 역시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을 새롭게 채용한 기업들이 고등학생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대학생들을 뽑았던 기업의 입장에서 대학생들이 차지했던 일자리를 특성화고 학생으로 바꾸더라도 어려움이 없다4)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러한 점이 내년에도 특성화고 학생들을 계속 뽑을 유인가가 되고 있다.
2012년 정책방향과 주요 내용
2012년 중등직업교육정책의 방향은 선취업-후진학 생태계 공고화이다. 이를 통해 2013년 2월에 졸업하는 특성화고 학생 60% 취업과 마이스터고 제1회 졸업생 100%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취업-후진학 생태계란 ‘소질과 적성에 따른 특성화고 입학 ⇒ 역량개발(competency development) 중심의 교육 ⇒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 ⇒ 지속적 능력개발을 위한 계속교육’ 등이 가능한 학교, 기업 및 사회의 유기적 환경을 의미한다.
[그림 1] 선취업-후진학 생태계의 핵심 요소
따라서 정책의 주요 내용 역시 이러한 일련의 핵심요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첫째, 소질과 적성에 따른 입학을 위해 ‘초·중 → 고교 계열 선택 → 취업 등’으로 이어지는 생애진로경로(career path)를 개발하고, 중학교 단계에서는 연 2회 이상 진로검사와 상담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학부모, 산업계, 그리고 지역사회의 참여를 확대할 것이다. 둘째, 역량개발 중심 교육의 경우, 이미 2011년도에 2009 교육과정이 개정된 바, 2012년도에는 학생의 직업기초능력 보유 여부를 산업계가 평가·인증하는 ‘직업기초능력평가’를 전수시범으로 도입하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대체할 계획이다. 나아가 산업계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학생과 교원의 교육을 강화하고, 해외에서 외국어도 배우고 일도 할 수 있는 글로벌 현장실습기회도 4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셋째, 괜찮은 일자리 발굴과 취업지원 시스템 구축은 2012년도 업무의 중추이다. 16개 시·도교육청에 취업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지역·분야별로 인력의 공급과 수요를 매칭(matching)시켜나갈 것이다. 취업현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취업취약분야(예: 농업, 관광 등)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고졸 취업자의 고용문화 개선을 교과부 소속 공공기관부터 우선적으로 해소시켜 나가고, 마이스터고·특성화고에 산업현장 경력자 1,000명을 배치하여 학교의 취업전문가로 활용해나갈 계획이다. 넷째, 취업 후에도 계속 공부할 수 있는 후진학 생태계 조성 역시 핵심 과제이다. 재직자 특별전형을 주요 사립대와 국립대로 확대하여 40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사내대학·계약학과 등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경력이나 직업훈련실적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될 계획이다.
향후 과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직업교육기관 정체성이 회복되고 있다. 학생·학부모 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일부 기업들은 특성화고 학생을 저임금 근로자나 기간제 근로자처럼 활용하거나,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령에서 정한 기준들을 위배하면서까지 과도한 근로를 시키고 있다. 또한, 후진학 생태계 조성의 핵심 당사자인 기업과 대학의 참여가 미온적이다. 대학들은 아직도 학령기 학생을 중심으로 학교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고, 기업은 직원의 능력개발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곳도 존재한다. 이들 문제는 제도 이전에 문화(文化)의 문제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해결될 수 없으며, 선취업-후진학 생태계 관련 당사자들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1) 교과부가 경제단체·기업 등과 체결한 각종 채용협약, 시·도교육청 차원의 채용협약, 특성화고 장학금과 취업기능강화사업으로 대변되는 각종 재정지원, 특성화고 교육을 새롭게 하는 수업선진화 프로젝트, 글로벌 현장실습과 직업영어 강화 프로젝트, 취업지원관·산업체우수강사 등 취업과 산학협력 지원 인력 확보, 시·도교육청의 취업지원센터 구축 등 다양한 정책이 전(全)방위적으로 특성화고의 취업을 위해 수립·추진되었다.
2) 현대자동차와 교과부가 채용협약을 체결할 때, 현대자동차 측에서 마이스터고 학생을 선발하는 첫 번째 이유로 베이비붐 세대의 금형과 보전 인력의 퇴직에 따른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3) 동일 연령집단 가운데 학교를 다니지 않고 취업하는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최초의 연령을 의미한다.
4) 이는 은행이나 공공기관, 일부 대기업 등 괜찮은 일자리가 고등학생에게 열리자, 과거에는 4년제 대학에 진학했었을 괜찮은 학생들이 취업으로 진로를 바꾸었기 때문에 이들의 기본역량과 잠재역량은 웬만한 대학생보다도 나을 수 있다. 실제 마이스터고 1학년 학생을 채용한 삼성전자 인사담당자에 의하면, 선발된 113명 10% 이상은 고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잠재역량이 웬만한 4년제 대학생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필자 약력]
김환식 과장은 고려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유네스코 아태지역사무소에서 직업교육 관련 업무를 하였으며,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호주 퀸즐랜드 주 정부 파견, 인덕대학 부교수 등으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교육과학기술부 직업교육지원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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