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선물

죽장 2012. 3. 10. 11:54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는데 뜻밖에 선물을 보내왔을 때 더 반갑다. 받은 선물이 화려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보내는 분의 정성이 담겨진 것이라면 살아가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오늘 내가 꼭 그렇다. 받은 선물 봉투를 내려다보니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원짜리 상품권 석장이 든 봉투.

  동봉된 카드에는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주유소에서 기름이나 한번 넣었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었다. 그것으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다면 상당한 거리를 달릴 수는 있겠지만 허공에 연기로 날려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따뜻한 마음을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일어섰다. 상품권이 든 봉투에 지폐 몇 장을 보태어 넣고는 서둘러 이웃의 가게를 찾았다.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 지역 Y요양원의 원장 수녀님이셨다. 요양원 홍보책자 〈선산마루〉에 실을 원고를 청탁하는 것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사양했다. 그러나 연이은 간청을 뿌리칠 수가 없어 졸고를 보내고는 잊고 있었는데, 오늘 예쁘게 만들어진 책자와 함께 뜻밖의 선물 봉투(?)를 보내오신 것이다.


  백 명이 넘는 노인들이 계시는 요양원.

  간호사 수녀에게 ‘애들은 몇이나 되느냐’고 묻는가 하면, ‘엄마!’라고 불러드려야 식사를 하는 어르신들을 생명처럼 섬기며 지낸다는 것이 원장님의 말씀이다. 친부모, 친자식이 되어 보살펴주는 분들이 있고, 이들의 정성어린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는 어르신들이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으로 겹쳐진다. 요즘 아이들이 예전 같지 않다거나, 이게 누구만의 문제냐며 불평을 토로했던 내가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봄 햇살을 받으며 요양원으로 향한다.

  선물을 받은 기쁨을 되돌려드리는 것은 더 큰 기쁨이다. 음료수 한 병으로 겨우 목이나 축이는 것이 전부일 터이지만, 이것을 받아들고 좋아하실 얼굴을 떠올리며 페달을 밟는다. 요양원 어르신들이 오래 오래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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