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제갈공명이 그립다

죽장 2012. 1. 30. 15:14

 제갈공명이 그립다

 

 

 

  최근 학생폭력, 집단따돌림에 관한 말들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 가는 곳마다 질책과 질타를 귀가 아프도록 듣는다. 현상과 원인은 너도나도 내뱉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던가 하는 자괴감도 든다. 제갈공명이 나타나면 묘책을 내놓을 수 있을런가? 

 

  나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피할 생각은 없지만, 우선 학부모의 역할을 주문하고 싶다. 식당 안과 육상경기장 트랙을 착각하고 있는 아이들이나, 목욕탕에서 육박전을 벌이며 안하무인으로 날뛰는 아이들을 보면서 언짢았던 기억이 있다. 더러는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무관심한 척 하고 있다. 용기 있게 나서서 주의라도 줄려면 내 아이 기죽이지 말라는 핀잔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예의 예절과 거리가 먼 아이들을 보면서 그 아이의 가정을 생각하고 그 아이의 부모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출산이 유행인 시대에 한집에 한명이거나, 한집 건너 한명인 귀하고 귀한 존재라서 진정 어쩔 수가 없단 말인가?

 

  고금을 막론하고 폭력사건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 옛날에는 맞은 사람은 다리를 뻗고 자고, 때린 사람은 꾸부리고 잔다 했지만 요즘도 그런가 하는 질문에는 선 듯 동의하기 어렵다. 가해학생의 부모가 한 술 더 뜨고 있다고 한다. 그것을 4가지 유형으로 분석해 놓은 기사를 보았다. 모범생인 우리아이가 왕따 폭력을 가했다는 증거를 대라는 ‘절대 부인형’. 일방적으로 때린 게 아니라 서로 다툰 것이라는 ‘쌍방책임 주장형’. 한 대 때린 게 무슨 폭행이냐 하는 ‘사건 축소형’. 당한 애가 맞을 짓을 해서 그렇지 라는 ‘책임 전가형’. 내가 가해자 또는 피해자 학부모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맥락에서 교사의 위상을 살려주는 데서 해결책을 찾고 싶다. ‘나도 때리지 않는데 선생이 내 아이를 왜 때려’. ‘당장 학교에 가서 네 선생을 혼내주겠다’는 식으로 교사의 위상을 깔아뭉개면 아이가 학교선생님 말씀을 들을 턱이 없다. 내 아이가 바르게 성장하길 원한다면 학부모가 선생님의 위상을 세워주고 사회가 교권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아이의 기를 살리는 일 못지않게 교사의 기를 살려주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함께해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학교울타리 안의 문제이니 학교에서 너희들이 해결하라고 밀쳐두기에는 상황이 너무 크고 심각하다. 사회 전체가, 시민 모두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불은 이미 강을 건너 우리 마을에 도착해 있다. 지금은 이웃집이 타고 있지만 순식간에 내 집에 옮겨 붙을 가능성이 있다. 내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내 아이가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나서야 하고, 어른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 물론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앞장을 서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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