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혼자라도 좋았습니다

죽장 2011. 6. 1. 11:15

지난 주, 제주도에서 연수가 있었습니다.

1박2일 연수기간 중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올레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전체 18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데가 7코스인 외돌개라 합디다.

아래 사진이 바로 그 외돌개입니다.

 

비가 부슬부슬 시작하더니 도무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더군요.

할 수없이 비닐옷들을 하나씩 구해 입었습니다.

무슨 황색경보라도 내린 것 같지요.

그 표정들이 재미있고, 웃깁니다.

 

비오는 제주도

소나무 사이로 피어 오르는 바다안개

크지도 작지도 않은 파도소리

우거진 녹음사이로 뚝뚝 떨어지는 물

가슴이 열리며 웃음이 흩어진다

 

 

돌아오는 길

일행은 뿔뿔이 흩어졌고, 내가 탈 비행기는 나 혼자였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있어, 공항 뒷편으로 나 있는 올레길17코스로 갔습니다.

돌맹이 울타리 안에서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농부의 자식으로 자랐으니 어찌 보리에 대한 회한이 없겠습니까.

보오리바앗사아이잇길로오.......

콧노래가 저절로 나옵니다.

 

 

그날 하늘이 맑지는 않았으나, 바다는 잔잔했습니다.

해삼, 전복을 따는 해녀는 커녕 관광객도 한명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다에도, 길위에도 철저하게 나 혼자였답니다.

 

번잡하기만 한 일상을 떠나

조용하게 하늘과 바다를 바라본 모처럼만의 시간

잘 만들어진 바닷길을 한참동안 걸었습니다. 

이륙하는 비행기의 굉음에 놀라 시계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잊었던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며 생각하니

혼자 걸었던 그 길도 무척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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