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문장대는 상주 화북면 방향으로 가는 편이 쉽다.
십승지지로 알려진 우복동 입구를 지나 좌측으로 들어서면 견훤산성이 나온다.
'견훤산성 700m'라 쓰여진 작은 표지판을 따르면 곧 산길이 시작된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무렵 나뭇가지 사이로 성벽이 눈에 들어온다.
산성은 출입구에 해당하는 동벽이 원형 그대로 복원됐고,
나머지는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성벽은 직사각형의 작은 화강암을 잘 다듬어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최대한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한 흔적이다.
산의 정상으로 생각되는 지점에는 말굽형의 망대가 돌출되어 있다.
수풀을 헤치고 망대에 서니 일필휘지로 펼쳐진 속리산의 주릉이 장관이다.
웅장하고 위엄 있는 속리산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손아귀에 불끈 힘이 들어간다.
그 옛날 이 곳을 차지하고 새로운 왕국을 꿈꾸었던 견훤과 그 군사들은
속리산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속리산이 잘 보이는 장소에 터를 잡은 견훤산성에 올라,
가을바람에 몸을 맡긴 채 눈을 감으니
산성 안팎에 쌓인 말없는 역사의 소리가 바람인 양 들려온다.
진표율사를 따라 밭을 갈던 소들과 농민들이 속세를 버리고 불도에 입문했다는 속리산,
그 산바람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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