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31, 중앙일보]
전문계고 편견 깨는‘유쾌한 반란’4년째
미국 명문대에 합격한 서서울생활과학고 유학반 학생들이 황정숙(왼쪽 세번째) 교장. [김경빈 기자] |
“유학반에서 영어 공부하랴 전공 공부하랴 …. 주말도 방학도 없이 노력했는데 정말 뿌듯하고 행복해요.”
나현양은 서울시 구로구 궁동에 있는 서서울생활과학고(옛 동광상고) 시각디자인과(3년)에 다닌다. 소위 ‘실업계’라고 불리는 전문계 고등학교에서 미국 유명 주립대학 합격증을 거머쥔 것은 나현양뿐이 아니다. 3학년 유학반 학생 8명 모두다.
전문계고의 유쾌한 반란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2006년 9월 유학반을 처음 만들어 2007년 7명의 합격생을 처음으로 배출한 뒤 2008년 8명, 2009년 9명을 합격시켰다. ‘기술만 배운다’는 편견을 딛고 ‘실용기술에 영어실력도 갖춘다’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명품 학교가 된 것이다.
1등 공신은 학생들을 보다 큰 세상으로 내보내려 한 황정숙(69) 교장이다. 기술을 갖춘 아이들이 영어만 잘한다면 경험과 목표를 중요시하는 미국 대학 입시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조리과학과, 국제관광과 등 7개 전공 과목이 있는 이 학교에서는 조리·미용 등 관련 자격증을 1개 이상 취득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신을 가지고 유학반을 만든 황 교장은 온 열정을 쏟았다. 정규수업이 끝난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영어몰입교육을 했다. 토요일과 방학에도 쉬지 않았다. “너무 힘들다”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기 위해 개인 경비를 보태 넷북도 선물했다. 쉴 때에도 미국 드라마를 보라는 취지에서였다. 자격증도 3학년이 되기 전에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다독였다. 9명의 선생님도 1주일에 3일꼴로 아이들과 함께 오후 10시가 넘어야 퇴근했다. 학생들의 의지도 강했다. 월 40만원의 유학반 외에 다른 사교육에는 한눈팔지 않았고, 아무리 졸려도 1주일에 20시간 이상 되는 전공수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29일 오후에는 신입생과 그 학부모 100여 명을 대상으로 ‘유학반 설명회’가 열렸다. 나현양이 마이크를 잡았다.
“반드시 할 수 있다고 믿으세요. 우리가 그 증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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