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3, 조선일보]
'실업계고 전교 꼴찌, 삼성맨 되다' 김원기씨의 반전 공부법
연세대학교 4학년 김원기(25)씨는 고교시절 게임광이었다. 온라인 게임에 빠져 공부는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성적도 자연히 바닥을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러던 그가 달라졌다. 고3 여름방학부터 시작한 공부가 재미에 재미를 붙이며 지금은 졸업 전 삼성그룹에 최종 합격, 1월부터 입사하기에 이른 것. 실업계 꼴찌에서 4년제 입학, 편입만 두 번, 칠전팔기를 외치는 청년 김원기씨를 만나 꼴찌에게 들려주는 희망가를 들어봤다.
◆꼴찌는 주변인의 도움 없이 우등생이 될 수 없다
"꼴찌에서 두 번째로 군자공업고등학교에 입학했어요. 간신히 들어간 거죠. 당시에는 온라인 게임에 미쳐 있었어요. 2000명 중 1등을 할 정도로 게임광이었죠. 게임 외에는 관심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그러다 인생의 계기가 찾아왔어요."
당시만 해도 김씨의 가정형편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 덕에 중상층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꿈은 없지만 '아버지 회사나 물려받지 뭐' 하는 태만한 생각이 가득했다. 김씨는 "고3 여름방학 때,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났다. 아버지는 술로 괴로움을 달래셨고 순식간에 집안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든 생각이 '공부하자, 어떻게든 가족을 일으켜보자'였다. 어찌 보면 그때 철이 든 거 같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시작한 공부가 쉬울 리 없었다. 무조건 외워도 봤지만 기초가 부족해서인지 쉽지 않았다.
"하루 18시간씩 공부했어요. 공부 방법에 문제는 없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찾으려 노력했죠. 꼴찌가 공부를 다시 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자신의 노력과 주변의 도움. 그 두 가지가 절대적이죠."
매일 아침 40분씩 책상에 앉아 학습 태도를 되돌아봤다. '앉은 자세는 올바른가?', '공부시간에 딴청을 피우지는 않았는가', '목표한 단어 수를 채웠는가', '모르면서 넘어가진 않았는가'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노트에 적어갔다. 그리고 모르는 부분은 동급생들에게 물었다. 그는 "사춘기에는 창피하기 때문에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손해다. 창피해하지 말고 그 과목을 가장 잘하는 친구를 찾아가 물어보면 선생님보다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준다. 용기가 필요하다. 언제고 친구들에게 나는 지금은 공부를 못하지만 너희가 도와주면 열심히 할 수 있다라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렇게 그해 겨울 수능을 치르고 대불대학교 컴퓨터교육과에 입학했다. 대학 입학 후 그의 향학열은 더욱 뜨거워졌다. 그는 "2학년까지 다니고 경원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편입했다. 당시가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때 같다.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모두 공부에 쏟았다. 다행히 게임을 좋아해서 컴퓨터 관련 학과가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후 다시 한 번 도전,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편입한 후에도 공부는 멈출 수 없었다.
"원서로 되어 있는 전공서적에 학습시스템까지 다르다 보니 선배들의 도움 없이는 공부할 수 없었죠. 고등학교 때처럼 선배들에게 물어가며 공부했어요. 편입하면 그 학과에서 또 꼴찌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공부했어요. 모든 게 달라지기 때문에 제로부터 시작하는 거죠.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예요. '1년밖에?' '2년밖에?' 그렇게 생각할 거 없어요. 방법도 많고 시간도 많아요. 차근차근 기초부터 시작하면 어느새 원하는 자리에 도달해 있을 테니까요."
◆꿈이 없어? 책과 강연회 통해 꿈을 찾아라
4학년이 되면서 그는 한국대학생 IT경영학회를 설립했다. 컴퓨터에 대해 공부하면서 IT 경영의 중요성에 눈떴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4명으로 시작했던 학회가 현재는 100여명이 넘는 전국구가 됐다. 참석인원 500여명이 넘는 대규모 행사도 3회 이상 개최해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고 했다.
이렇게 학업과 학회일로 동분서주하다 보니 슬럼프가 찾아왔다. 아무리 전공서적을 읽어도 이해가 되질 않았고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알고 보니 지독한 학습 때문에 '난독증'이 찾아온 것. 그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차근차근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깨달았다. 급할수록 더 늦어지는 것 같다. 그때부터 긍정적으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부했고 하루 40분씩 꼭 땀이 나는 운동을 했다.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는 물론, 생활에 더욱 열정적으로 임하게 됐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제대로 풀지 못하면 언젠가는 폭발하게 되고 학습이나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또 적절한 운동은 삶에 활력이 되기 때문에 공부만큼이나 계획적으로 하는 부분이다. 늘 활력 있게 생활하고 다양한 대학생 강연회 등을 개최하면서 자연스레 스펙들도 쌓이게 됐다. 그의 이런 능력은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됐다. 올해 11월 삼성그룹(IT분야)으로부터 입사통지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취업이 어렵다는 요즘, 졸업 전 조기 취업은 물론, 실업계 졸업생 최초의 합격이었다.
"저처럼 꼴찌인 친구들도 있을 테고 하는 만큼 결과가 안 나와 낙담한 친구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공부처럼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것은 없다고 봅니다. 너무 성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시작해보세요. 꼴찌인 저도 해냈잖습니까? 아직 꿈이 없는 친구들이라면 유명인들의 자서전이나 에세이 등을 읽어보거나 강연회 등을 찾아 동기부여를 해보세요. 그분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심장을 뛰게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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