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국화의 계절입니다.
아니 국화가 있어 가을이 더욱 가을답습니다.
퇴근길에 국화 한 묶음을 사와서는
꽃병을 찾아내어 먼지를 떨어내고 꽂았습니다.
가을을 집안에 들여놓은 것입니다.
거실에 국향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이 국화도 얼마 안 있어 시들겠지요.
그렇다고 국화를 외면한다면 가을을 온통 외면하는 꼴입니다.
낙엽지는 가을은 그저 쓸쓸하고 외롭다고만 해서 되겠습니까.
필요한 것을 찾아서 즐겨야 합니다.
곧 시들어버릴 꽃을 꽂아놓고 즐기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랑과 행복도 내가 찾아 즐길 때 나의 것이 됩니다.
작은 변화가 때로는 신선한 활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 작은 거실에 꽂힌 국화가 바로 그렇습니다.
지금 여기 함께하고 있는 이 모두에게
그윽한 가을 국향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