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고향아줌마

죽장 2010. 9. 27. 14:42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나는 무늬만 수필가이다. 수필문학에 해박한 지식이 없는 속내는 감추고 바쁜 일상을 내세우며 강사청탁을 고사하다가 결국은 내 고향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라는 이유를 앞세워 수락한 문학강연이었다.

 

  강사소개에 이어 박수가 쏟아졌다. 약간은 떨리는 가슴을 누르며 앞에 나섰다. 일별 해보니 강당을 꽉 메운 청중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수필문학과 삶』이라는 제목만 보고 나온 분들이니 이미 등단을 한 문인이거나 최소한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청중들은 이 지역에서 태어났거나 이 지역으로 시집 온 고향아줌마들이다. 고향아줌마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직접 체험한 나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면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유명강사를 연상하면서 큰 기대를 가지고 나온 분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시작하여 고향아줌마들이 보고 싶어 왔다는 나의 너스레에는 웃음으로 화답해 주었다.

 

  내 수필집에 실려 있는 작품들을 가지고 나의 수필세계를 설명했다. 지역 문단에 알려져 있는 나의 행적을 통하여 문인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이며, 책임을 말했다. 자신들의 고향이나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흩어져 있는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가져보라고도 했다. 불후의 명작을 창작하는 대단한 수필가를 꿈꾸지 말고 글을 쓰는 생활을 통하여 행복을 발견하라고 당부했다.

 

  훌륭한 문인은 갑자기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선은 주변의 상황과 사물을 소재로 하여 꾸준히 연마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창작을 위해서는 순간의 생각을 메모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뻔한 이야기까지 하다보니 정해진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나와 함께했던 구월 중순의 한나절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그들의 마음밭에 잘 익은 열매로 맺혀졌으면 좋겠다. 한 알의 열매가 그들의 문학과 인생에 향기와 영양으로 자리매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강연을 준비하면서 쏟은 정성이야 내가 좋아 한 일이니 접어두고라도 끝까지 지겨운 속내를 감추고 열심히 들어준 고향아줌마들이 고맙다. 한가위 지난 바람맛이 달다. (20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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