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동질성의 편안함

죽장 2009. 1. 21. 17:08
  일찍이 맹자는 군자에게 3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했지만, 서민들도 나름대로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생업에 최선을 다하면서 얻는 즐거움이 있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고, 먹고 마시고, 노래하면서 얻는 즐거움이 있다. 일하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이 다 좋지만 그 중에서도 모임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만나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모임의 종류도 다양하다. 출생지나 학교가 중심이 된 모임이 있는가 하면, 취미를 중심으로 한 모임이 있고, 조기축구회, 향우회와 같이 거주지와 관련된 모임이 있다. 심지어 여러 종류가 통합되어 결성된 모임도 있다. 총동창회가 있지만 같은 학번끼리, 같은 학번 중에서도 같은 학과, 같은 지역에 살면서 취미가 같아서 만들고 가입된 동호회가 있으니 말이다.

  나도 크고 작은 모임에 소속되어 있다. 그 중 하나가 고향친구들의 모임이다. 어릴 때는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 못했으나 수 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결혼하여 아들딸 낳고 살아가면서 그 변화는 천태만상이다. 학력이 다르고, 직업이 다르다. 사는 모습도 다르고, 경제적 능력도 다르다. 그래도 만나면 모든 것 잊고 고향에서의 어린시절로 돌아가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이 내가 이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이유이다.

  문학을 매개체로 하는 여러 단체에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르가 같은 사람끼리의 모임이 있는가 하면, 생활근거지가 같은 문인들의 모임이나, 배출된 문학잡지를 중심으로 한 모임에도 각각 가입되어 있다. 그 외에 초등학교 동창회에서부터 학교 급별로 결성된 모임에도 나가고 있고, 가끔씩은 인터넷 카페 회원들의 번개팅에도 나가고 있다.

  모임에서는 자식 교육이나 재테크에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동질성을 확인하는 일이다. 함께 늙어가는 동질성. 적당하게 가난한 동질성. 별로 여유 없이 팍팍하게 살아가고 있음의 동질성,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있다는 동질성. 이런저런 공통의 정서가 모임의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키가 작어서 받는 스트레스도 사라졌고, 마누라 허리통의 가늘고 굵음 또한 주요 관심사에서 배제된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모임 내에서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지만 특별히 부담을 느끼고 싶지도 않다. 거저 편안한 분위기를 적당히 즐긴 후의 귀가길이 흥겨울 다름이다.   (2009.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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