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에서 무슨 노래를...
사장님! 한 곡만!" 송년회 시즌이 되면 노래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이때 사장님은 무슨 노래를 불러야 할까요? "콩밭 매는 아낙네야~" 순간 노래방은 남극이 됩니다.
웬만한 구제금융(사장님의 회식 격려금)을 내놓아도 분위기는 잘 풀리지 않겠죠.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런 CEO(최고경영자)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2008 송년회 분위기를 휘어잡을 필살가(歌)'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남녀로 나눠 분위기 띄우는 곡 각 20여 곡과 앙코르 때 부르는 노래 각 10곡, 잔잔한 마무리 곡 10곡입니다. 이 조사는 경제연구소 직원 50명과 신문사의 대중문화 담당기자들에 대한 설문을 토대로 작성됐다고 합니다.
남자 CEO들이 분위기를 띄울 때 가장 좋은 노래 1위는 '젊은 그대'가 선정됐습니다. 연구소 관계자는 "노래에 '으� 으�' 하는 분위기가 있고, 젊은 직원들이 함께 따라 부르기 좋기 때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2위는 '그대로 그렇게'(1978년 TBC 해변가요제 인기상), 3위는 '꿈의 대화'(1980년도 대학가요제 대상) 등의 순이었습니다. 40~50대가 잘 부를 수 있고 멜로디가 촌스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자 CEO들이 분위기 띄우기 좋은 곡 1·2위는 심수봉씨의 '젊은 태양'과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차지했습니다. 3위는 '남행열차'(김수희), 4위는 '첫차'(서울시스터즈), 5위는 '서울탱고'(방실이)였습니다.
앙코르 때 불러야 할 노래 1위는 뭘까요? 남자의 경우 '킬리만자로의 표범'(조용필)이 선정됐습니다. 연구소 관계자는 "조용필씨처럼 진지하게 부르면 안되고, 행동을 오버하면서 직원들을 웃겨야 한다"며 "앙코르곡 선정기준은 얼마나 웃길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자의 경우 '날개 잃은 천사'(룰라)가 차지했습니다. 자리를 파하는 잔잔한 마무리 곡 1위는 남자는 '사랑'(나훈아), 여자는 '그리움만 쌓이네'(여진)가 차지했습니다.
연구소는 2008년 송년 건배사도 함께 발표했는데요, 바로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입니다. 아프리카의 스와힐리어로 '걱정거리가 없다'는 뜻으로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를 잘 극복하자는 소원이 담겨 있는 건배사라고 합니다. 벌써 증권가에선 감원 바람이 불어닥쳤습니다. 정말 내년은 모든 직장인들에게 '하쿠나 마타타'의 해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2008.11.20 조선일보에서]
'보통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주가리 (0) | 2008.12.24 |
---|---|
씁쓸한 귀가길 (0) | 2008.12.02 |
벌꿀이 강력 항생제 (0) | 2008.10.01 |
대관령 소식, 그후 (0) | 2008.09.20 |
풍란이 웃네 (0) | 2008.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