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대관령 소식, 그후

죽장 2008. 9. 20. 14:21

택배가 도책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이나.

먼저 묵직한 놈을 풀어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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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가 들어 있었다.

나머지 또 하나를 풀었다.

그건 옥수수였다.

 

감자는 두고두고 천천히 먹을 요량을 하고

우선 옥수수에 손을 뻗었다.

맛있게 찌는 방법이 적힌 메모지를 꺼내들고

집사람과 마주앉았다.

 

우선 겉옷을 벗겨야 했다.

탱탱한 살이 보일듯말듯할 때까지 벗겼다.

마지막 남은 속옷 하나만 벗기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살에 붙은 털도 보일락말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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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솥에 넣었다.

물을 찰방하게 붓고 소금이며 당분까지.

조금있으니 칙칙칙칙칙....

칙칙칙이 잦아들자 꺼내어 접시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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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하고,

달콤하고, 짭짤하고....

하여간 보통맛이 아니었다.

 

여름내내 농사를 지었을 사람을 생각하고

강원도에서 경상도까지 보내준 사람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추석에 마시다가 남은 와인을 꺼내왔다.

옥수수 색깔이 와인과 닮았다.

 

얼굴이 얼얼해왔다.

와인을 마신 탓일까?

옥수수맛 때문일까?

옥수수를 보낸 사람 때문일까? 

더 이상 생각하기 싫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다음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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