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8월 15일
선산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식이 있던 날.
자신을 28회 졸업생이라 밝힌 한 노인이 교장실을 찾아와
자신의 학적부가 보고 싶다고 하였다.
현임 교장선생님은 의아한 얼굴이 되어
그 사연을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제강점 막바지였던 1940년 언저리
6학년 때의 일.
학교에서는 토끼를 사육했는데
성적이 우수하고 행동이 착실했던 자신이
토끼사육의 책임자였다고 한다.
일요일에도 빠짐없이 등교하여 토끼를 보살피고는 했는데
어느 월요일 등교를 하니 불행하게도 토끼가 한 마리 죽어있더란다.
일본인 담임은 인정사정없이 매를 휘두르며 노발대발하면서
‘인근 고아초등학교에 토끼를 키우고 있으니
즉시 가서 보고 오라’고 명령했다.
어린 초등학생은 왕복 이십리 길을 단숨에 뛰어 갔다 와서
잘 키우고 있더라고 아뢰니
‘넌 왜 잘 기르지 못했느냐’며 또 다시 뭇매를 때리더란다.
몇 개월 후 중학교 입학지원서를 작성하려니
그 담임은 ‘너 같이 책임감이 없는 녀석에게는 지원서를 써줄 수가 없다’며
거절하더라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음 해에 원서를 내어 중학교에 입학 할 수가 있었고,
열심히 공부하여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을 하였지만,
초등학교 졸업 후 칠십여 년이 흐르는 지금까지
학적부에 기록된 내용이 궁금했다고 한다.
책임감이 없는 아이라 기록되어 있는지-.
책임감의 유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우리는 작은 단면이나, 단편적인 사건 하나를 보고
한 인격체를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책임감 있는 인간과 책임감이 결여된 인간을
어떻게 구분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가?
자신이 교사를 하고 교장을 하면서도
학적부에 기록된 내용이 정말로 궁금했다는 노선배의 사연을 들으며
책임감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