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풍란이 웃네

죽장 2008. 9. 1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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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추석대목장에 나가셔서

나의 새 옷을 사오셨다. 

벽장에 넣어둔 그 놈을 만지작거리며

명절, 바로 그 날을 손꼽으며 기다렸다.

 

마침내 추석날,

새옷을 입고 차례를 지내고나서는

냅다 골목길로 내달았다.

온통 옷자랑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 날은 임금님이라도 된 듯했다.

 

나에게 새옷을 사줄 어른도 안계시고

내가 새옷을 사서 선물할 아이들도

제각기 멀리 있는 이번 추석.

집사람은 추석준비라며 풍란에 새옷을 입혔다.

 

풍란도 추석이다.

추석을 맞은 풍란이

나를 보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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