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산수유꽃이 지고 있다

죽장 2008. 4. 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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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찾아간

산수유마을로 불리우는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에는

며칠전 내린 봄비 이후 한물간 산수유꽃이

미처 버리지 못한 노란색을 머금코 있었다.

 

온통 골짜기 전체가 엎질러진 노란물감으로 칠해졌던 그날

화려했던 추억만 흩날리고 있을 뿐

장은 파장.

 

골짜기를 거슬러 화전2리까지 갔다.

유명한 의성마늘이 봄볕에 싱싱하게 자라고 있고

마늘밭 가장자리에는 완두콩이 자라고 있었다.

그 밭둑에서 굽은 허리를 쉬고 있는 노인부부에게 다가갔다.

 

400년 묵은 산수유나무를 가리키며

"저 나무 덕분에 아들 대학공부시켰는데

지금은 두 늙은이가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집을 지키고 있다"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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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민망하여 노인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질 못했지만

찬찬히 말씀을 잇는다.

"산수유꽃이 지고 있는데도 구경꾼이 오네"

 

지고 있는 산수유꽃 그늘아래엔

아직도 진달래가 한창이었다.

서둘러 돌아오며 뒤돌아보니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에 막물 산수유꽃이 늙어가며

골짜기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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