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 나들이에서는 그래도
큰 기쁨을 안고 내려왔습니다.
전화를 걸어 선생님이 계시는 '안양'으로 찾아뵙겠다고 통사정을 하였건만
"아닐세, 할일 없는 내가 서울역까지 나가지"라고 하셨지요.
내 짧은 생각에
선생님의 말씀을 마지막까지 거역하는 것도 도리는 아니라고
결론짓고 나간 대합실이었습니다.
백발의 머리칼이지만 또록한 눈빛이며,
여전히 당당한 어깨를 가지고 저를 기다리고 계시는 모습에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려는 것을 참느라 애를 썼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층을 더 올라가도 조용하고 편안한 자리는 없었지요.
서툴게 시켜온 커피잔을 앞에놓고 선생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전 행복했습니다.
선생님!
올해로 여든넷이나 되셨다는 선생님의 말씀이며,
아직도 왕성한 적품활동을 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선생님께서 주장하신 수필에서의 허구론에서부터,
금번 출판된 "경북문학사" 이야기까지를 두루 말씀하시면서
선생님과 함께했던 시간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서울역 대합실옆에서 산 머플러를 그냥 손에 쥐어드리고 내려올 게 아니라
목에 둘러드릴 것을 하는 후회를 하면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 내내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헤어졌지만 서둘러 돌아서지 못하고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지하철을 타시기 위해 조심조심 걸어가시는 뒷모습이 안스러워져
한참이나 서서 바라보았답니다.
선생님!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오.
이 후학은 좋은 글 빚고 계시는 선생님이 계시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한해의 마지막날입니다.
이곳 대구에도 함박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냥 선생님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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