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업어 키우신 누님이
올해 예순여덟의 연세도 아랑속 없이
상주 모동에서 포도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신다.
포도 한상자가 택배로 도착했다.
포도가 한창인 계절
당도가 매우 높다는 모동포도.
그러나 정작 내 마음이 아린 것은
누님이 손수 지으신 포도인 탓이다.
어머니를 닮은 누님이
한여름 더위에도 구슬같은 땀을 씻어내리며
거칠어진 손으로 일군 수확이 아닌가.
잘 받았다며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자
'괜찮아'라는 말이 전부다.
괜찮다는 말씀이 괜찮치 않다는 말인지
아무 일도 없다는 말인지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포도를 씻어 쟁반위에 올려놓았지만
탱글탱글한 포도알이 입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눈에만 왔다갔다 한다.
공연히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