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늦여름 풍경

죽장 2007. 8. 31. 19:18
비 오는 창가에 서서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비와 마주하고 서있노라면
유리창에 부딪친 빗물에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온다.
빗물은 머리에 머물지 않고 몸통을 타고 내려와 다리를 적셔준다.
물에 발을 담그고 서있는 착각을 느끼기도 한다.

창밖의 들풀들이 빗물에 젖은 몸을 흔들고 있다.
창안에 서있는 내 몸도 들풀의 신선함으로 떨고 있다.
비 오는 창가의 안과 밖이
비 오는 날의 풍경을 구성하고 있는 정물로 하나가 된다.
아파트와 아파트 속의 나,
그리고 강변과 강변에서 자라고 있는 풀들도 풍경을 구성하고 있는 정물이다.

잠시 풍경 속에서 빠져나와 아파트 아래를 내려다본다.
사람이 지나가지만 사람은 보이질 않고 우산만 보인다.
우산이 걸어가고 있다.
들풀들이 비에 젖고 있지만
저들은 그냥 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만세를 부르고 있다.
약속된 결실의 기쁨을 나누기 위하여 하늘을 향하여 만세를 부른다.
만세소리가 귓청을 울린다.

빗물을 타고 여름이 끝자락이 다가선다.
가을이 성큼 안겨든다.
혹서를 이겨낸 후 결실 채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당당하다.
기상대가 날마다 역사를 고쳐 쓰는 참으로 지독한 더위였다.
더위가 준 여름의 역사를 딛고, 결실이 기다리고 있는
가을의 역사 속으로 걸어가리라.

늦여름 풍경이 한폭의 수채화로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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