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목백일홍

죽장 2007. 7. 19. 00:16
앞으로만 내닫는 세월.
고향집 초가마당을 꽃상여가 지나간 날이 언제던가.
어느 새 봉분은 잔디가 파릇해졌다.
태어났다가 영원히 떠나는 일도 금방인데
하물며 묘뜰에 잔디가 살아붙는 일이사
눈깜짝할 새 아니겠는가.

단옷날 올라간 산.
인생무상을 씹으며 내려오는 길에
아내가 어깨를 나란히 해오면서
내년 봄엔 엄마의 정원 한구석에 목백일홍을 심자고 한다.
왜 하필 목배일홍이냐고 묻고 싶은 것을
참았다.

막내딸의 마음.
겉으로는 무심한 듯 했으나
가슴 속에는 인연의 덩어리가 여전히 붉게 자리하고 있다.
떠나는 어머니가 딸의 가슴에 남겨준 인연의 덩어리는
언제쯤 삭아 없어질 것인가.

따스한 아내의 손.
슬쩍 손을 잡으며 엿보니
아내의 얼굴이 목백일홍 꽃처럼 예쁘다.
엄마가 가슴 속에 남겨준 덩어리가
목백일홍 꽃으로 붉게 피어난 탓이다

-졸저 "3월에 내리는 눈" 37page에서.-

'나의 수필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쿠알라룸푸르 경기장  (0) 2007.08.05
검은 눈동자가 예쁜 여인  (0) 2007.08.03
추억의 땅 선산  (0) 2007.06.20
친구와 전우  (0) 2007.06.07
완두콩 연가  (0) 2007.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