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외계인 실험

죽장 2007. 7. 2. 16:20
아이들을 모처럼 만났지만
딱이 갈 곳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은 수목원으로 가자고 했고, 아이들은 영화를 보려가자고 했습니다.
결국 절충안을 만든 것이 수목원에 갔다가 영화를 보기로 합의가 되었습니다.

수목원에는 갖가지 나무와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어
장마 가운데의 푸르름을 즐기기에 충분했습니다.
그후 발길을 향한 영화관에는
자동차가 갖은 형상의 로봇으로 변신하는 영화
[트랜스 포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영화관 아랫층에 자리한 음식점의 메뉴도 생소하고
주문하는 방법부터가 낯이 설었습니다.
빽빽한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바쁘게 다니는 젊은이들의 웃음이며,
그들의 옷차림이며,
소음인지 음악인지 분간이 안되는 소란스러움....
아,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 거 있지요.

나는 개화기 이전의 18세기에 살고있는 시골사람인 듯 하고
눈 앞에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수십년 후인 21세기의
현대화된 백화점 풍경이라고나 할까요.
내가 왜 이럴까 하면서 눈을 비벼보기도 하고
갖은 상식을 동원하여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습니다.

미로를 헤치고 들어가 자리를 잡자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내용은 더더욱 난해하였습니다.
젊을 때와는 달리 자막을 따라가는 것도 바빴고
영화의 내용도 난해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세지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려니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에라,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낮추었으나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 로봇들이 생사를 걸고 싸우는 금속성소리들이
실내를 꽉 채우고 있으니 빈틈이 없었습니다.

고통의 시간이 한시간 이상 흐르자 밖으로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깜깜한 하늘은 낯익은 풍경입니다.
이따금 떨어지는 빗방울이 얼마나 시원한지요.
고층 아파트 사이로 난 길, 자동차들이 신호등 앞에서 질서를 지키고 있으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편안해 보였습니다.
혼돈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이 땅에 평화가 가득한 듯 했습니다.
자세히 살펴 보았지만
역시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나 혼자만
멀리 외계에 다녀온 듯 했습니다.

'보통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강한 여름나기  (0) 2007.07.09
강가에서 부르는 노래  (0) 2007.07.05
긴 말씀은 싫어요  (0) 2007.06.27
큰 선물을 받고  (0) 2007.06.22
인간관계의 어려움  (0) 2007.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