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영혼은 아름다운가 묻는다

죽장 2006. 8. 17. 13:57
'신기루 같은 행복을 향하여 전력을 다하여 달려가지만
거기에는 기쁨보다 슬픔이 더 가까이서 기다리고 있다.
너는 아느냐,
그 슬픔이 얼마나 나를 괴롭히고 잠 못 이루게 하고
남을 원망까지 하는지를.

그 옛날
고무신에 묻은 흙을 탁탁 털고 흙집 방안으로 들어가면서,
엄마 하고 부르던 기쁜 날들도 흑백영화처럼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고,
그렇게도 예뻤던 앞집 봉선이는
이제 손자들마저 쭉신처럼 여기는 할미로 변했다.

모두가 저무는 세월의 뒤안길에 서서
막차표를 손에 쥐고 대합실을 서성이고 있는 듯하다.'


견일영 선생님의 수필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일부이다.

오늘 받아든 수필집 "아름다운 영혼"(그루출판사)에서
선생님의 수필을 읽으며
선생님이 만든 언어,
그 언어에 담겨진 정신을 느껴본다.

책머리에 적은 말씀처럼
모든 것이 떠나고 마지막 남는 영혼은 아름다운가를
내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마지막 더위가 한창인
팔월의 한낮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