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정약용(2) : 1천 동이 술, 1만 마리 소

죽장 2006. 8. 14. 14:43
정약용이 경상도 장기현에 도착한 날은 3월9일이었다.
문경 새재를 넘어 도착한 유배지 였고,
형 약전 역시 거친 파도에 시달리며 신지도에 여장을 풀었다.

정약용은,
"당화가 오래도록 그치지 않으니, 이 일은 참으로 통곡할 일일세.....
1천 동이 술을 빚고, 1만 마리 소를 잡아
옛 악습 혁신하자고 함께 맹세해, 화평과 복을 기원할 건가"라며
당파싸움이 그치고 평화시대가 도래하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현실은 '1천 동이 술과 1만 마리 소를 잡아'
모든 사람들을 불로 모으기는 커녕
형 약전 한 명 보고싶은 마음도 채울 수 없었다.
그래서, "건너가고 싶어도 배가 없으니, 어느 때나 그물이 풀리려는지
부럽구나 저 기러기 물오리들은, 푸른 물결 위에서 유희하고 있네"라고
신지도에 유배간 형님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은 그들의 뜻과 너무 달리 흘러갔다.
정약용을 18년간이나 귀양지에 가두어 놓고
그의 형 약전을 16년만에 유배지에서 죽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냥 죽지 않았다.
그 죽음의 나날을 정약용은 절망으로 보내지 않았다.
자포자기하지도 않았다.
자은 형 약종은 지상을 버리고 천상에 자신의 성을 쌓았지만
정약용은 끝내 이 지상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약용은
오늘도 우리 곁에 정약용이 살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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