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서울이 싫다

죽장 2006. 7. 25. 08:09

금요일 오전이라야 주치의를 만날 수 있다.

두달 전에 했던 예약을 확인하면서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아내 손을 잡고-.

 

자상한 선생님은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3년 전의 기록까지 찬찬이 들여다보고 하시더니

걱정말고 내려가란다.

밥 많이 먹고 열심히 하는 일 계속하라며 등을 떠민다.

이것으로 끝이었다.

병원을 나서는 하늘엔 햇살이 고왔다.

신의 축복인 듯-.

 

토요일, 일요일을 그 복잡한 서울에서 빈둥거리다가

밤차를 타고 한강을 건너 내려왔다.

특별히 기다리는 사람이사 없지만

직장이 있고,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다.

우체통을 열고 나를 기다리는 소식들을 점검하고

베라다 식물들에는 물이 필요하지 않은지 살펴보고

서재로 들어와서는 읽다가 멈춘 책의 길피를 다시 펼친다.

헐렁한 옷을 스쳐오는 선풍기 바람이 시원하다.

 

서울에서의 3박4일이 책장에 겹친다.

시멘트 건물.

아스팔트을 뜨겁게 달구었던 햇살.

사람으로 가득찬 도로.

사람사이를 헤치며 뛰어 다니는 지하철 속의 사람들,

사람들....

 

난 서울이 싫다.

'보통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약용(2) : 1천 동이 술, 1만 마리 소  (0) 2006.08.14
정약용(1) : 너희들의 시대는 어떠한가?  (0) 2006.08.13
비판의 칼날  (0) 2006.06.30
600살  (0) 2006.06.12
월백 만개  (0) 200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