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수필창작의 새로운 방향 모색

죽장 2006. 6. 13. 17:47

 [2006년도 문학기행 세미나] 

수필창작의 새로운 방향 모색

 

 

1. 들어가며

  수필은 자신의 체험이나 삶, 사상, 느낌 등을 가식 없이 진솔하게 고백하는 문학이기 때문에 그것은 읽는 독자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것이 수필문학이 지닌 특성이요, 수필문학의 가치를 더욱 높여 주는 바탕이다.

  수필은 작가 자신의 솔직한 표출이며, 진지한 자기 고백이다. 나아가서는 자신의 삶을 경건히 되돌아보면서 참회하고 각성하는 문학이다. 독자를 감동시키는 '보이지 않는 힘'도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2. 수필문학의 특성

  ○ 무형식성

  수필은 어떤 형식으로부터 구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문학이다. 즉 일정한 형식이 없는 문학 장르가 바로 수필인 것이다. 그러나 수필문학에서 '무형식'이란 말은 필자의 마음이 형식이라 할만큼 일정한 형식이 없다는 의미이다. '무형식'이란 말은 자유롭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설명, 논증, 서사, 묘사라는 문장의 세 가지 기술 양식을 모두 부려 쓸 수 있으므로 그 형식이 자유롭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무형식이란 말은 붓 가는 대로의 무질서한 글이 아니라 일정한 틀에 박힌 틀이 없다는 뜻이지 플롯(Plot)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 산문성

  옛날에는 서사시와 같은 운문이 널리 성행했다. 그런데 이러한 운문은 주관적이고도 정서적이며 비논리적인 경향이 강하다. 이에 비해 산문은 보다 객관적이고 이지적이며 논리적인 경향이 강하다. 더러 운문으로 쓰여진 수필도 있으나 이것을 수필의 본도로 보기는 어렵다.

  ○ 자기 고백성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겪고 생각한 것 등을 문학적으로 형상화시켜 표출해 놓은 것이 바로 수필인 것이다.  소설이나 시, 희곡 등의 문학 장르에서는 작가의 체험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기보다는 다시 여과되고 변형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수가 많다. 이에 비해 수필에 있어서는 작가의 체험이나 모습, 또는 행동이나 사상 등이 사실 그대로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 광범성

  수필은 그 형식이나 제약 등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는 문학이다. 수필의 종류만 살펴보더라도 문학성을 갖춘 문예수필을 비롯하여 일기문, 기행문, 서간문, 감상문, 칼럼, 전기, 자서전, 권두언 등 많은 글들이 수필의 범주에 속한다.

  ○ 창조성과 문학성

  수필은 각 작품마다 고유의 개성이나 독특한 특징이 있어야 하고, 문학적인 가치도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 즉 수필은 순수한 창작 예술인만큼 그에 걸맞는 창조성과 문학성, 또는 예술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것들이 결여되어 있다면 그것은 수필이 아니라 잡문에 불과한 것이다.


3. 수필 읽기

  수필은 1인칭 주인물 화자나 관찰자 화자에 의해 전달된다. 작가가 자신의 체험을 글감으로 취하여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와 어조에 실어 전달한다는 점에서 수필은 기본적으로 1인칭 주인물이나 관찰자에 의해 전달되는 이야기이다. 수필이 형식의 자유로움을 내걸고 있으면서도 1인칭 서술화자를 고집하는 것은 일종의 문학적 관습이자 진실 고백을 중시하는 장르적 정체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모든 수필이 한결같이 1인칭 주인물이나 1인칭 관찰자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작가가 자신의 직접 체험을 이야기 할 때는 1인칭 주인물 시점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간접 체험의 형식으로 들려줄 때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이 어울리지만 타자로부터 들은 간접체험을 목격자나 증언자의 어조로 들려줄 때는 1인칭과 3인칭을 혼합한 서술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4. 수필 쓰기

  상상력과 수필은 어울리지 않는 쌍으로 보인다. 수필에 있어서의 상상은 작가의 경험적 사실을 진실에 근접시키기 위한 미적 창조 과정에 속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김소운은 수필을 사실과 허구를 통한 진실한 삶의 구현으로 보았다. 즉, 경험적 사실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하여 사실과 허구가 혼합되어 있는 형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장백일은 한 편의 수필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소재 → 심경 → 상상 → 문장의 형상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즉, 지은이가 일상의 소재를 선택한 다음, 소재로부터 얻어지는 순수한 느낌, 정서를 바탕으로 상상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여기서 상상은 과거 경험의 소재들을 결합해서 새로운 창조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5. 좋은 수필

 ○ 상상에 의해 확대되는 진실의 세계 : 진실미

  수필은 시나 소설에 비해 자기 고백적인 성격이 강하다. 작가는 역량껏 소재를 선택하고 자유롭게 처리하면서 작품 속에 진실미를 담아야 한다.

 ○ 객관적 지성을 통한 미의식 유도 : 지적 흥미

  수필은 언제나 객관성을 토대로 하여 지나친 자기 집착에서 벗어나 객관 속에 확실한 자기 주관을 심어야 한다. 이런 점에 입각하였을 때 설득력을 지닌 글이 되어 독자들이 공감하며 감동을 얻을 수 있다.

 ○ 주제의 변용을 위한 소재의 해체 작업 : 새로운 의미와 상징

  수필의 생명은 진실인데 문학적 형상화는 작가만의 눈을 통해 투영되는 새로운 의미부여에서 비롯될 수 있다. 소재는 생활 주변에서 얻을 수 있되 주제는 작가의 의식을 거쳐 나와 높고 견고해야 한다.

  ○ 내면에 수고에 묻어나는 문학적 향기

  수필의 궁극적인 사명이 인간 근원에 대한 탐색이고, 이를 위해 삶의 실체를 형상화하는 만큼 작품속의 ‘나’는 확대되어 인간 진실을 바탕으로 했을 때 모든 사람이 문학의 향기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6. 미래의 수필

  ○ 신재기 : 수필을 배반하라

  200자 원고지 12장 내외의 길이, 자기 생활과 체험의 솔직한 고백, 형식이 자유로운 글, 서정성과 삶의 철학이 배여 있는 글, 유머와 재치가 있는 글, 무게 있는 주제가 담긴 글 등등. 수필을 두고 뱉어내는 이 같은 정형화된 규범을 지키려는 글들은 읽히지 않는 수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필을 배반하라. 배반의 방법이 가장 수필다운 작품을 생산하는 길이다. 너무나 비슷한 주제, 그렇고 그런 도덕적인 자세, 세상을 비판하고 남의 허물을 욕하는 데 익숙한 자들의 자기 기만성. 진솔한 글이 수필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가장 가식적인 글이 수필이 아닌가? 수필을 떠나라. 수필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라. 그러면 수필의 진정한 모습이 보일지 모른다. 수필의 반듯한 모양새를 엉망으로 구겨버려라. 구겨지고 주름진 작은 공간에서 글의 향기가 솟아오를 수 있다. 수필을 뒤집어라. 그리고 내동댕이 처라, 산산이 부서지도록. 수필이 아닌 수필을 쓰자.

  ○ 이동민 : 인격을 버리자

  작가의 인격이 글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문학이론’은 오늘의 수필작가에게 족쇄가 되어서 글의 내용과 문장의 표현법에 많은 제한을 하고 있다. 글의 내용에 무엇을 담을까 보다는 어떻게 하면 작가의 인격이 고상하고 품위있게 보일까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면 좋은 글이 쓰질 수가 없다. 더 나아가서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나를 인격이 저급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으면 사실 그대로의 솔직한 표현은 할 수가 없다.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기 보다는 나는 아량이 많다는 식으로 치장을 하거나 왜곡을 한다. 아니면 사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므로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의미 전달이 모호한 글을 쓰기도 한다. 많은 수필가들은 패설적인 내용은 아예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 박양근 : 단수필

  기존의 수필이 유화, 혹은 수채화라면 단수필은 한 장의 그림엽서다. 단수필은 5매 수필, 미니수필, 짧은 수필, 혹은 ‘장(掌)수필’로 불려지고 있지만 명칭이 무엇이든 짧기만 한 수필이 아니다. 문학적 본질에서 단수필은 일반수필이나 장(長)수필과 다르고, 다를 수밖에 없다. 단수필은 주제를 더욱 압축하고 응축시켜 강렬한 이미지외에 인상적인 영감(靈感)(Inspiration)과 깊이 있는 영성(靈性: Spirituality)을 바탕으로 하는 소통력을 담아야한다.

  단수필을 창작할 때 유념 사항으로,

  - 내용을 압축한다.

  - 주제가 명료하고 참신하여야 한다.

  - 서정성을 가미하려면 수식어가 아니라 서사로서 서정미를 살린다.

  - 치밀한 구성이 요구된다.

  - 시적 기법의 차용이다.

  - 낭송수필이 음악성을 지닐지라도 산문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단수필은 짧다는 점에서 주제 전달이 용이하고, 구성의 묘미가 돋보인다. 속도성, 열독성, 경쾌성은 현대독자들의 가독성이라는 조건에 부응할 수 있다. 압축된 기법으로 주제를 펼쳐내는 응축은 수필의 본질을 강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압축은 내용이 빈약해 진다는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 강석호․김시헌․서정범․윤재천․정목일 : 계간 『한국수필가』창간 대담

  그 동안 한국 수필은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글만 고집하다 보니 자기 주변 이야기와 개인적인 기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윤재천)

  오늘날 템포가 빠른 디지털 시대에 있어 시의 난해성과 소설의 허구성, 또는 인내성에 대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중간적 입장에서 서정적이면서 지적인 진실을 추구하는 수필의 진가라 하겠다.(강석호)

  그 쓰는 용어가 일상적이며 교시적인 데 습관화되어 생동감 있는 언어 사용이 부족하다. 수필이 품위의 문학, 만년의 문학이라는 특성이 있지만 어느 정도는 사회도덕이나 성적인 면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강석호)

  신변잡사를 늘어놓는다든지, 가벼운 감상류의 글만으로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가 없습니다. 독자적인 흥미를 찾아내야 합니다. 아무리 문학성이 짙은 글이라 할지라도 흥미가 없다면 독자들이 외면하고 말 것이다.(서정범)

  수필은 시, 소설과 같은 픽션이 아니고,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넌픽션이기에 작가의 인생 경지 곧 작품의 경지가 된다. 물론 표현이라는 과정을 통해 형상화되지만 작가의 인생 자체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김시헌)

  논리적인 수필, 상상력이 있는 수필을 써야 합니다. 논리를 수용하면 철학적이라 비판하지만, 논리적인 수필을 써야 수필이 가치와 위상이 격상된다.(윤재천)


[참고 자료]

  ○ 박양근, 당수필과 낭송수필. 2005. 3

  ○ 신재기, 수필이 아닌 수필을 쓰자, 영남수필문학회. 2006. 5

  ○ 이동민, 수필학. 2005. 10

  ○ 한국수필가, 한국수필 어디로 가야 하나? 월간문학. 20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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